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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성공 신화’ 만든 테헤란 밸리 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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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테헤란 밸리는 수많은 ‘벤처 신화’를 만들어냈다. 편리한 교통(지하철 2호선)과 잘 갖춰진 비즈니스 인프라는 신화 창조의 원동력이 됐다. 일부 정보기술(IT) 기업이 벤처 열풍의 퇴조와 함께 사라지고, 상당수 기업은 구로·분당 등지로 빠져나갔지만 여전히 테헤란 밸리를 지키는 IT기업들이 있다.

◆테헤란 밸리의 터줏대감들=국내 대표적 게임업체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테헤란 밸리와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1997년 역삼역 주변의 한 오피스텔 사무실에서 출발했다. 처음엔 시스템통합 업무를 했던 이 회사는 98년 출시한 온라인 게임 ‘리니지’가 대박을 터뜨려 국내 최대 게임회사로 발돋움했다.

현재 1900명에 이르는 이 회사 임직원은 포스코빌딩 사거리 근처 승광빌딩과 주변 3개 건물 임대 사무실에서 일을 한다. 엔씨소프트는 내년 3월 완공 목표로 선릉역 인근에 19층 규모의 사옥 겸 연구개발(R&D) 센터를 짓고 있다. 이 회사 김주영 부장은 “테헤란 밸리에서 벤처기업으로 출발해 이곳에 사옥까지 건설하는 최초의 회사가 된다”고 사옥건설의 의미를 부여했다.

넥슨은 94년 역삼역 주변 사무실 한 칸을 빌려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벤처 열풍에 힘 입어 98년 선릉역 부근 세강빌딩에 입주한 뒤 탄탄대로를 달려왔다. 온라인 게임 ‘퀴즈퀴즈’(99년)와 ‘크레이지 아케이드 비앤비’(2001년) 등이 잇따라 히트를 친 데 이어 2004년엔 야심작 ‘카트라이더’가 6년간 PC방 인기 1위를 지켜온 미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스타크래프트’를 밀어냈다. 현재 넥슨은 1200명으로 불어난 임직원을 세강빌딩과 인근 5개 건물에 분산 수용하고 있다. 박이선 넥슨 포털서비스팀장은 “회사 사무실이 있는 거리를 직원끼리 ‘넥슨 스트리트’로 부른다”며 “직원들의 지역에 대한 애정이 남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테헤란로의 랜드마크 빌딩인 강남 파이낸스센터 22층에 둥지를 튼 구글 코리아 본사 내부 전경. 이 회사 임직원들은 이곳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언제든지 공짜로 식사를 하고 당구도 즐긴다.

테헤란 밸리를 지켜온 외국계 기업으로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야후코리아·소니코리아 등이 있다. 특히 88년 삼성동 동성빌딩에 사무실을 연 한국 MS는 95년부터 12년째 포스코센터에 둥지를 틀고 있다.

◆웃으며 떠난 기업들=지금은 테헤란 밸리를 떠났지만 이곳에서 기반을 잡아 번듯한 기업으로 성장한 업체도 많다. NHN(네이버)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대표적이다. NHN은 99년 설립 이후 역삼역과 강남역 부근 사무실을 전전하다가 2005년 분당으로 이사를 갔다.

한 때 테헤란 밸리의 랜드마크인 강남파이낸스센터(옛 스타타워)에 입성했지만 몸집이 커져 테헤란 밸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NHN 노수진 과장은 “테헤란 밸리에선 1000명이 넘어선 직원 모두를 수용할 건물을 찾을 수 없었다”며 “어쩔 수 없이 이사를 갈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테헤란 밸리 데이콤 빌딩에 입주해 있던 다음커뮤니케이션도 2년 전 NHN과 비슷한 이유로 본사를 서울 서초동으로 이전했다.

다음 관계자는 “비즈니스 인프라가 잘 돼 있고 대형 쇼핑몰과 음식점 등 편의시설도 많은 테헤란 밸리를 떠난 것을 못내 아쉬워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안철수연구소·한글과컴퓨터·세중나모인터랙티브·다날 등도 테헤란밸리에서 사세를 키워 나간 IT기업들이다.

최익재·이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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