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업종 입지잘못 수입개방/농어촌 특산단지 휴폐업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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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반정도만 가동 겨우 명맥/지원도 관리도 않고 몇년씩 방치
풍요로운 농어촌 건설을 위한 농어촌 특산단지가 급속히 황폐해져가고 있다. 당초부터 업종선택·입지선정이 잘못돼 기반이 약한데다 최근 수입개방으로 외국 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시련속에 정부의 지속적 관리가 미흡해 휴·폐업이 속출하고 있으며 농어촌 소득증대나 고용창출 효과를 거의 기대할 수 없어 전면적인 재정비가 필요한 실정이다.
충남지방의 경우 8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13년동안 2백78개단지가 지정됐으나 이중 46%인 1백29개가 취소되고 1백49개단지만이 현재 가내수공업·소규모 공장 형태로 생활도자기·민속공예품 등을 생산하고 있게한다.
운영상태도 매우 부실해 이 기간중 지정된 단지의 53%가 평균 조업기간이 9개월 미만으로 나타나 이 사업의 비현실적이고 주먹구구식 운영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경기도에서도 68년 이후 지금까지 무려 65개단지가 지정돼 현재 43개소가 남아있으나 6개소는 이미 휴업중이어서 57%만 가동중이다. 강원도의 경우 현재 가동중인 1백2개소중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30개소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지난해 3월 지정된 석재가공단지가 상수원 보호구역이어서 열달만인 지난달 지정이 취소된 전남 화순군 남면 벽송리 석재가공단지는 정부의 「잘못된 특산단지 정책」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해 도내에서 단지지정이 취소된 6개소중 3개소가 이미 사양산업인 석재가공인데도 이를 유망업종으로 분류한데다 그나마 가공시설이 불가능한 상수원 보호구역에 지정하는 2중의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농어촌 소득증대나 고용증대 효과 역시 극히 미미해 전남의 경우 3천4백여 농민이 참여하고 있지만 이중 1천4백여명이 일당 1만∼2만원,월 30만∼50만원 정도에 고용된 사람들이며 경기도 용인군 용인읍 유방리 버드실부업단지(오일필터 생산)의 경우 17개 농가가 참여해 연간 1억원 정도의 생산고를 올리지만 인건비 등을 제한 순수익은 6백만∼7백만원 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경북지방 역시 이들 단지의 경영은 기대에 못미쳐 72개 단지중 우수판정을 받은 곳은 2개소뿐이며 32%인 23개 단지가 이 사업을 통한 가구당 평균소득 3백만원 미만이다.
뿐만 아니라 분기별로 1회이상 하도록 되어있는 정부의 지도·관리도 거의 지켜지지 않아 단지의 대표가 서울로 떠나고 없는데도 3년 이상 방치된 곳도 있었다.
이처럼 각 지방의 특산단지가 부진한 것은 당국의 무계획한 사업추진으로 기술·시장성 등이 고려되지 않은데다 대부분 단지가 영세해 자금압박이 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일손부족,외국산 수입에 따른 경쟁력 약화,까다로운 융자조건 및 너무 적은 지원액이 부실을 더욱 앞당기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68년부터 지정,운영되기 시작한 농어촌 특산단지는 현재 서울·5개 직할시를 제외한 전국에 1천1백7개소가 있다.
업종은 6개 부문에 4백89개 품목으로 각 지역 특산물은 물론 화문석·나전칠기 등 관광토산품부터 PP마대·오일필터·양말 등의 경공업 제품까지 포함돼 있다. 지금까지 농어촌 진흥기금에서 융자된 돈은 1천1백35억원이며 지난해엔 1백50억원이 지원됐다.<전국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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