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O참여 적극 검토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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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소말리아가 우리나라의 첫 PKO(유엔평화유지활동) 참가 대상지역으로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유엔으로부터 소말리아에 대한 파병여부와 그 규모·시기 등을 답변해 달라는 통보를 받고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12일 외무부주관으로 관계부처회의를 갖고 늦어도 3월 초순까지는 파병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유엔에 통보한다는 잠정 스케줄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는 최종 결정시기를 놓고 상당한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25일을 기해 정부가 교체되기 때문에 어느 정부가 확정권을 행사하느냐 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서다. 우리로선 차기정부가 결정권을 갖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본다. 정부교체가 10일밖에 남지 않은데다 파병에 따른 여러 문제를 새정부가 떠맡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미 작년9월 유엔의 PKO활동에 참여한다는 원칙을 결정하고 그 규모를 보병 5백40명,군업저버 36명,군 의료지원단 1백54명 등 총 7백30명 수준으로 정해놓고 유엔에 협력할 태세를 갖췄다. 따라서 소말리아 파병은 이 규모 안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PKO임무는 보통 군사적 성격을 갖는 분쟁방지와 인도적 성격의 구제활동으로 구분된다. 소말리아의 경우 미군의 개입으로 분쟁은 어느정도 해소됐다고 하나 치안상태가 아직 불안하므로 보병파병이 불가피할 것이다.
소말리아의 정정은 아직도 유동적인 상태다. 69년 쿠데타로 집권한 바레 독재정권이 91년초 통일소말리아회의(USC)군에 의해 붕괴됐고 그해 11월엔 USC의 내분으로 모하메드 과도정부마저 무너졌다. 그후 이 나라는 4개 무장게릴라단체에 의해 분할돼 군웅할극의 분열과 혼란이 계속되어 왔다. 그런 가운데 7백50만 인구는 기아와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미군 진주로 치안상태는 개선되고 있으나 아직 정치적 구심점이 없어 혼란은 계속중이다.
면적이 한반도의 세배 가까이 되는 이 나라는 적도를 끼고 있는 열대지역인데다 사막이 많고 전체인구의 99%가 회교도 수니파다. 지리·문화·역사적으로 우리와는 판이한 지역이다. 따라서 파병을 한다면 그에 앞서 그 지역을 철저히 연구하고 충분히 답사한 다음 요원훈련과 사전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소말리아는 우리와 지리적으로 멀뿐 아니라 파병의 대가가 전혀 기대될 수 없는 나라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물리적 이익을 위해 파병할 나라는 아니다. 그러나 순전히 인도적 차원에서 소말리아 PKO에 참여키로 한다면 그 임무를 철저히 수행해 다른 참가국의 모범이 돼야 한다. 첫 PKO참여가 될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파병의 규모나 내용·준비 등은 모두 임무수행에 지장이 없는 수준과 방향으로 결정되고 진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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