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부패”여도 야도 맹공/「6공 5년」질타하는 대정부질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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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책일관성 없어 경제난 가중/수서 등 곳곳 의혹… 「북방」은 인정
10일부터 열리고 있는 임시국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않고 6공 5년을 가차없이 칼질하고 있다.
곧 물러날 정권이어서 다소 예우차원의 호평도 있을법 하지만 의원들의 질문내용 어디에도 사정을 봐주는 듯한 구석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6공 치세가 한창일때는 숨을 죽이고 있던 민자당의원들이 오히려 평가절하에 앞장선듯한 인상마저 주고있어 권력 주변의 냉혹함을 실감나게 하고있다.
노태우대통령은 자신이 공천한 의원들로부터 6공치적을 공격받고 있는 셈이다.
의원들은 정치·경제·사회의 큰 줄기를 「총체적 난국」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소나마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부분은 북방·통일정책 분야에 불과하다.
정치·사회쪽에는 최근 대입부정 사건이 상징하듯 「총체적 부정부패」의 심화에 대한 비판이 주류다.
10일 첫 질문에 나선 이민섭의원(민자)은 『6공 5년간 부패구조는 연결고리를 이루며 한계점까지 달했다』면서 『총체적 부정부패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사회 곳곳에 부정부패의 독소가 물들어 있다』고 혹평했다.
이환의의원(민자)은 『그간 5,6공은 계속 행정개혁·행정쇄신에 주력한다고 했는데 어째서 오늘같은 「한국병」을 앓게 되었느냐』며 병인을 따져물었다.
두 이 의원은 모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의원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있어 6공실정을 부각해 차기정부에 부담을 덜어주려고 했다는 지적도 받고있다.
임사빈의원(민자)은 『사회 병리현상은 6공의 「범죄와의 전쟁」을 무색케했다』면서 『이제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해야 할 지경』이라고 6공 실정을 개탄했다.
여당의원들은 이같은 「부패병」을 만든 것은 6공이며 그것을 치료할 「의사」는 김영삼 차기정권이라고 주장했다.
6공기간 불만이 있었는데도 말을 못하다가 노 정권이 물러날 시점에서야 터뜨리는 것인지,김 차기대통령에게 「점수」를 따기위한 것인지 모를 정도라고 민주당측은 비아냥거렸다.
이민섭의원은 한걸음 더 나아가 『김 차기대통령이 윗물맑기 운동을 제청한 것은 스스로 도덕정치를 솔선수범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치켜세우며 『새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운 것은 시의적절 하다』고까지 했다.
야당의 칼날은 더 매섭다. 한영수의원(국민)은 지방자치단체장선거의 위법적 미실시를 비난하고 『결국 노 정권은 국민을 기만했고 무능력하며 부패를 심화시킨 정권』으로 혹평했다.
6공 경제정책에 대한 여야의원들의 평가는 정치·사회분야보다 훨씬 신랄하다.
박제상의원(국민)은 『노 정권이 강조한 보통사람들은 기왕의 지위조차 유지못한채 농촌의 「보통사람」은 농촌을 떠나고 도시의 「보통사람」은 도시의 변두리로 다시 밀려나 지금은 아슬아슬한 벼랑끝에서 더없이 암울한 「수난의 시대」를 살고있다』며 『보통사람의 시대가 오지도 못한채 종말을 고했다』고 주장했다.
심정구의원(민자)은 『6공 경제지표는 수치상으로는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많지않다』고 말하고 『이는 6공이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상실해 시행착오만 반복함으로써 작금의 경제난을 가져왔다는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박정훈의원(민주)은 『수서 택지분양·한보그룹특혜·건영그룹특혜·정보사부지 매각사기사건 등 6공 7대의혹사건은 그 건수나 액수에서 5공을 무색케하는 부정과 비리로 점철됐다』고 혹평했다.
6공의 정치·경제 치적에 대해 서 의원은 평가해 줄 것은 제대로 평가해줘야 한다고 두둔성 발언을 한 사람은 서수종의원(민자)뿐이다.
서 의원은 안기부장 비서실장 출신으로 이른바 TK 출신이다.
서 의원은 『6공 5년 실적을 과대평가해서는 안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격하해서도 안될 것』이라며 『이 기간중 1인당 국민소득은 3천달러에서 6천5백달러로 2배 증가한 점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6공이 탄생시킨 중립내각은 공명선거를 통해 문민정부의 정통성을 확립,앞으로 정권의 도덕성 시비를 없애는 밑거름이 되었다는 점도 평가했다.
즉 6공정권이 『민주화·문민정치시대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로 충분하다』는 「징검다리론」을 인정해준 셈이다.
6공의 북방·통일정책은 국내보다는 오히려 외국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지만 그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않다.
신기하의원(민주)은 『한소수교에 30억달러,헝가리 6억5천만달러,베트남 1억2천만달러 등 돈주고 이루어지는 수교가 진정한 국가적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하느냐』『소련과 중국으로부터 분단과 6·25에 대한 사과는 안받아도 괜찮느냐』고 힐난하거나 따졌다.
신 의원은 또 『노 대통령이 남북비핵화 공동선언때 특별사찰을 거론안한게 결과적으로 남북대화를 중지시킨 결정적 원인이 되고있는데 민족통일로 가는 징검다리를 부실공사한 책임을 6공정부에서 져야할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의원들은 또 정권교체기의 이른바 「레임덕」현상을 우려했다.
정필근의원(민자)은 『미국은 정권이 바뀌기 직전까지 부시정부가 이라크를 폭격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경제라는 배가 침몰하고 있는데 선장 이하 모든 승무원들이 손을 놓고 있는 형국』이라며 정권교체기의 느슨한 정부태도를 질타했다.<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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