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朴 팬클럽 대표 오프라인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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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모가 없었다면 대통령 노무현도 없었다. 5년이 흐른 지금 대선주자 팬클럽들의 활동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다음달 19일 경선을 앞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팬클럽 ‘MB연대’(회원 6만4000명)와 박근혜 후보의 팬클럽 ‘대한민국 박사모’(4만5000명)가 선두에서 뛰고 있다. 5일 오전 본사 3층 회의실에서 MB연대 박명환(37) 대표와 박사모 정광용(49) 회장이 불꽃 튀는 설전을 벌였다.

사회=두 경선후보를 지지하는 이유가 각각 뭔가.

박명환 MB연대 대표(이하 박)=국민은 경제를 일으킬 지도자를 열망한다. 도덕적으로
순결한 지도자가 아니다. 개인적으론 이명박 후보가 밑바닥에서 시작해 최고경영자(CEO)에까지 오른 과정이 매력적이다. 그분이 겉보기엔 날카롭다. 사실 잘생긴 건 아니다. 그러나 만나 보면 포용력이 큰 분이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이하 정)=박근혜 후보는 능력이 검증된 분이다. 지지율 7%의 한나라당을 맡아 50%대로 끌어올렸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검증 안 된 CEO 이미지가 아니다. 전 세계는 정직함을 우선으로 한다. 도덕적 흠결이 없는 분이란 게 그분을 사랑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사회=방금 상대 팬클럽 대표가 한 말에 동의하나.

정=전혀 동의 안 한다. (이 후보가) 돈 없는 사람은 정치하면 안 된다며 깨끗하게 돈 벌었다고 주장한 게 상당한 강점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그 허상이 지금 다 드러나고 있다.

박=인간이 원죄가 있는데 100% 흠결이 없다, 깨끗하다는 게…. 물론 사람이 집 안에만 가만히 앉아 가지고 돈도 안 벌고, 경제활동도 하지 않았다면 흠결이 없겠지만.

사회=상대 지지 후보에 비해 본선 경쟁력이 높다고 생각하나.

정=신문 만평에 (이 후보가) 지뢰밭을 걷고 있는 게 나왔다. 야당에서 떠도는 자료만으로도 몇 방 얻어터지고 그로기 상태로 몰렸는데 여권에서 국세청ㆍ국정원 자료를 꺼내놓기 시작하면 한 방에 갈 위험이 있다. 본선 경쟁력에서 상대 후보는 지뢰밭이 아니라 원자폭탄이 있는 거 아니냐는 의혹도 들 수 있다.

박=전혀 그로기 상태 아니다. 아직도 13∼15%포인트의 지지율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국세청 자료로 낙마한 게 아니다. 김대업이란 허위 정치공작으로 무너진 것이다. 이ㆍ박 두 후보 모두 당할 수 있다. 이 후보의 경쟁력은 수도권에 주 지지기반을 뒀다는 점, 30∼40대가 많이 지지한다는 점 등이다.

사회=상대 후보가 이기면 본선 승리가 어렵다는 건가.

박=30∼40대 국민의 정서로 보면 한나라당에서 박 후보가 나오고, 범여권에서 손학규 전 경기지사든 누구든 나왔을 때 어느 후보가 경쟁력이 있느냐는 상당히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정=손학규씨와 붙으면 이 후보는 필패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04년 경기도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9.8%로 전국 1위다. 그런데 서울시는 1.1%로 꼴찌에서 네 번째다. 이 자료를 꺼내들고 덤비면 이 후보는 완전히 가는 그림이다.

사회=요즘 검증이 최대 이슈다.

박=최근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 후보가 김만제 전 포항제철 회장에게 ‘도곡동 땅이 내 땅인데 포철이 사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주장한 것은 그야말로 본인 주장일 뿐이다. 김만제씨는 그런 사실 없다고 했다. 이렇게 뭔가 터뜨려 놓고 아닌 걸 입증하라는 건 무책임한 정치공작이다.

정=이 후보 처남 김재정씨와 관련 기업이 전국에 부동산을 산 시점이 왜 하필 이 후보의 현대건설 사장과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 집중됐나. 이 후보 땅을 처남이 산 기록도 있는데 전혀 무관한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발뺌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사회=양쪽 팬클럽이 한나라당 검증위에 각각 상대 후보에 대해 수십 건의 의혹을 제출했는데.

정=검증위에 40건 가까이 자료를 제출했다. 그러나 검증위를 신뢰할 수 있을지는 결과를 봐야겠다. 벌써 ‘면죄부 발행위’라고 여론에서 얻어터진다. 위장전입을 했는데 부동산 투기 목적이 아니니까 괜찮다는 이런 검증이 어디 있나.

박=저희도 검증위에 40여 건을 냈다. 그중엔 이미 언론에 나온 영남대 비리라든지 육영재단ㆍ정수장학회…. 그 자료들만으로 본다면 과연 박 후보가 지금 주장하는 것처럼 도덕적 무흠결자냐는 부분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사회=양쪽 팬클럽 홈페이지를 보면 공방이 아주 뜨겁다. 수위가 적절하다고 보나.
박=팬클럽의 수준을 다소 넘어섰다. 그러나 공격이 10이라면 이를 막기 위해 적어도 7, 8은 방어를 해야 되지 않겠나.

정=우리는 정치인 팬클럽이다. 연예인 팬클럽이 아니다. 정치를 맑게 하려는 국민의 목소리를 놓고 도를 넘었다, 넘지 않았다 하는 것은 잘못이다.

사회=박사모는 이 후보를 ‘한나라당을 부끄럽게 하는 후보’라고 논평했고, MB연대는 ‘박 후보의 정장이 133벌’이라고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정=요즘 인터넷에서 한나라당을 땅떼기당이라고 한다. 한나라당이 그분으로 인해 이런 이미지를 갖게 되는데 그 논평이 잘못된 논평이냐. 박 후보 옷이 몇 벌인지는 모르겠는데 저도 내복ㆍ양말 다 따지면 1000벌도 넘을 것 같다. 이런 게 네거티브고 흑색선전이다.

박=정장 133벌은 모 언론사 기사에 대한 성명이다. 50만원짜리 기성복이라면 6650만원이고, 맞춤복이라면 몇 억원이다. 박 후보께서 큰 사업체를 가지고 돈을 많이 벌어서 옷을 사 입었다면 그건 좋다. 그런데 경제활동을 안 하시지 않았나. 단돈 10만원이라도 벌어보지 않았다고 알고 있다. (정수장학회) 이사장 해서 연 2억5000만원 정도 받으시고 하셨지만….

정=경제활동 했다는 건 지금 스스로 인정했다.

박=아니, 출근을 안 하셨는데….

정=국회의원 한 게 경제활동이 아니라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정말 추잡한 예를 드는 것 아니냐, 여성이 옷 입는 걸 가지고. 오죽 꺼낼 게 없으면 그러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그분의 유리알 같은 투명함이 오히려 부각된다고 본다.

사회=범여권 인사들의 대화에서 ‘이명박은 약점이 많아 낙마할 것’ ‘박근혜가 상대하기 쉽다’는 말이 나온 적 있다.

박=이 후보가 박 후보보다 본선 경쟁력이 훨씬 크다. 그래서 경선 과정에서 이 후보를 흠집 내고 경우에 따라 낙마도 시키자는 전략 아닌가 본다.

정=지리멸렬한 범여권의 얘기를 다 믿는다는 것은 문제다. 이 후보의 낙마는 많은 사람이 짐작하는 것이고, 어차피 박 후보가 이길 테니 손을 좀 써놓자는 것 같다.

사회=본인이 지지하는 후보가 경선에 이기면 범여권의 상대 후보는 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나.

박=현 지지율로 보면 손 전 지사가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그가 불쏘시개가 되고 그걸 치고 올라오는 새 후보가 없으리란 보장은 없다.

정=좌파 운동권이 범여권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면 박원순 변호사가 올라올 것 같다. 중도 성향이 잡게 되면 손 전 지사가 될 것으로 본다.

사회=지지하는 후보가 경선에 패하면 팬클럽 활동을 중단할 것인가, 상대 후보의 본선을 도울 것인가.

정=박 후보의 결정을 따르겠다.

박=이 후보의 결정을 듣고, 회원들의 의견도 들어서 결정할 사안이다.

사회=현재 소속된 팬클럽이 노사모와 다른 점은 뭔가.

박=노사모는 대단한 조직이다. 그 열정은 본받고 싶다. 그러나 팬클럽이라면서 정치
적 사조직이 된 것은 잘못이다. MB연대의 가장 큰 컨셉트는 소외된 이웃에 대한 참여와 봉사다. 이런 검증 와중에도 얼마 전에 농촌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정=노사모는 우선 사랑할 대상을 잘못 골랐다. 또 수뇌부가 운동권에 장악당했다. 대통령을 만들고 나면 해체해야 한다는 순수성도 배신했다. 박사모는 대상을 참 잘 골랐다. 특정 세력에 점령당하지도 않았다. 우리는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바로 해체한다.

박=MB연대는 이 후보를 지지하는 여러 팬클럽의 연합체다. 그래서 지금 (해체 여부를) 말하긴 어렵다. 개인적으론 대선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해체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생각이다.

사회=향후 지지 후보를 위해 어떤 활동에 중점을 둘 것인가.

정=가장 중시하는 게 경호다. 한 번 피습당한 적도 있고. 근접 경호는 경호원들이 하지만 우리도 외곽에서 이상한 사람의 접근을 관찰ㆍ차단할 것이다.

박=이 후보가 지지율이 앞서 있는 데도 온라인상에선 우리가 늦게 출범하는 바람에 다소 밀리는 경향이 있다. 온라인에서의 올바른 여론 형성에 노력할 것이다.

김선하 기자 [odinele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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