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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입' 범여권 후보들의 득실계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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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선 정국에 검찰이 등장하자 범여권 주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겉으론 "남의 집 싸움에 끼어들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론 반사 이익을 기대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경우에 따라선 검찰 수사로 한나라당 빅2(이명박.박근혜 후보) 간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고 보는 것 같다. 빅2의 갈등이 사생결단식의 집안 싸움으로 비쳐지면서 이들을 지지하면서도 한나라당의 보수 성향엔 비판적이었던 수도권.호남 지지층이 이탈해 범여권 주자군으로 이동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 측의 이수원 공보실장은 "다른 당 후보들 문제를 놓고 언급할 말이 없다"고만 했다. 다른 관계자들도 말을 아꼈다. 손 전 지사의 범여권 합류에 대해 한나라당이 "뺑소니 정치인" "정계를 은퇴하라"며 맹공을 퍼부을 때 손 전 지사가 "공식이건 비공식이건 대응하지 말라"고 함구령을 내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검증 공방을 검찰로 끌고 가는 것에 대해 국민이 '참 잘한다'고 하겠나, 결국 제 살 깎아 먹기가 될 수 있다"(실무 관계자)는 전망이 나왔다.

이명박 후보가 현대건설 사장 시절 국회 건교위 의원들에게 금품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던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은 "고소.고발까지 갔다면 이는 진실을 가려 달라는 강력한 요구가 전제된 것"이라며 "(검찰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정 전 의장은 "한나라당이 이제 와서 검찰의 본격 수사를 비난하는 것은 실체적 진실이 공개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 측은 "이명박 후보 측이 뭘 믿고 검찰을 끌어들였는지 모르겠다"며 "검찰 수사 여하에 따라 일부라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처벌까지 받는데 왜 검찰까지 동원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거.여론조사 전문가 사이에서도 검찰 수사 정도에 따라 대선 정국에 엄청난 반향을 몰고 올 대형 변수가 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검찰이 고소.고발전에서 어느 한 후보에게 불리한 사실 관계를 밝혀낼 경우 대선 정국에 어마어마한 변수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선거 전문가는 "자신의 통제 범위 바깥에 있는 검찰을 선거 캠페인 과정에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이명박 후보 측은 불리한 국면에 섰다"고 지적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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