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오늘 고소 취하토록 할 것" 안강민 "검찰 개입 초래할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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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한나라당 빅2(이명박.박근혜) 간 갈등에 본격 개입하는 상황에 이르자 한나라당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권과 검찰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것이다. 동시에 검찰의 개입 소지를 없애기 위해 양 캠프에 고소.고발 취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명예훼손 사건은 '반(反)의사 불벌죄'인 만큼 고소를 취하하면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는 게 관례이기 때문이다.

강재섭 대표는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검증할 게 있으면 우리끼리 잘 검증하자는 차원에서 검증위를 만든 것"이라며 "박 후보 측은 검증위에서 얘기하면 될 것을 놓고 캠프의 고문 등이 모두 나서서 달려들고, 이 후보 측은 그걸 검찰에 고소하고 그러면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끼리 법정으로 끌고가는 건 불쾌한 일이고 우리 얼굴에 침 뱉는 격"이라며 "9일 강력하게 모든 고소를 취하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용 경선관리위원장도 "결국 고소를 취하해야 하고, 조만간 할 것으로 안다"고 거들었다.

당내에선 검찰이 공안부가 아닌 특수부에 고소 사건을 배정한 '속내'를 걱정했다.

박관용 위원장은 "어쨌든 권력의 개입은 없어야 한다"며 "그러나 결과적으로 정부가 선거에 개입하는 복잡한 양상으로 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특수부가 (후보 관련 정보들을)다 뒤질 텐데 그걸 경선 전에 다 내놓겠느냐. 고소 사항만 밝히고 나머지는 그대로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고소를 취하한 뒤에도 (검찰에서)인지한 이상 계속해서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며 "검찰이 손을 떼지 않으려고 할까봐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사철 법률지원단장은 "검찰이 일요일인 오늘도 조사하자고 할 정도로 이례적으로 수사를 서두른다"며 "청와대로부터 압력이 있었던 게 아닌가"라고 의심했다.

이에 앞서 박관용 위원장과 이명박 후보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은 5일 안강민 당 검증위원장과 만나 빅2 간 고소.고발사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대검 중수부장 출신인 안 위원장은 "검찰의 개입을 초래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고 이주호 검증위 대변인은 전했다.

당 선관위 최구식 대변인은 직후 "외부 권력이 우리에게 손을 대고 싶어 안달이 났을 텐데 우리 손으로 이렇게 (검찰을 불러들이는 행동을)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논평을 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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