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업계 "덩치가 경쟁력" M&A 불 붙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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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세계 석유화학 업계에 인수·합병(M&A) 열풍이 불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8일 ‘석유화학 M&A, 산업 경쟁구도 바꾼다’ 보고서에서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들이 M&A로 덩치를 키워 세계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군소 업체로 전락하고 있어 국내 석유화학기업들도 M&A 등의 방법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석유화학업계의 M&A 총액은 올 1분기에만 200억 달러(18조4000억원)에 달했다. 5년 전인 2002년 한 해 동안 있었던 전체 석유화학산업 M&A(208억 달러)와 맞먹는 규모다. 세계 최대 화학회사인 미 다우는 이달 초 독일 바이엘 그룹 계열 화학사인 볼프를 7억2500만 달러(6700억원)에 인수하는 등 계속 몸집을 불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화학 회사인 사빅(SABIC)은 최근 미 GE의 플라스틱 사업부를 인수하기로 GE와 합의하고 세부 절차를 진행 중이다. 사빅은 M&A로 덩치를 키워 매출이 2002년 80억 달러(7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230억 달러(21조원)로 세 배가 됐다.

 M&A에는 글로벌 사모 펀드들도 가세하고 있다. 앞으로도 석유화학 분야에서 계속 M&A가 일어나 기업 몸값이 오를 것으로 보고, 지금 화학 업체를 사서 구조조정을 한 뒤 되팔아 이익을 내겠다는 계산이다. 지난달에는 네델란드 화학회사 바젤이 미 헌츠만을 59억(5조4000억원)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거절당하자 바로 뒤 이어 미 사모펀드인 헥시온이 헌츠만에 60억 달러(5조5000억원)에 사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국내 업체들 간에도 M&A 움직임이 활발하다. LG화학은 이 달 5일 이사회에서 자회사인 LG석유화학을 올 11월1일자로 흡수합병하기로 결의했다. 롯데 그룹도 계열 화학회사인 호남석유화학·롯데대산유화·KP케미칼 3사를 통합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현재 신·증설이 한창인 중국 업체들이 2008년 후반부터는 국제 시장에 화학 제품을 쏟아내기 시작할 것으로 보고, 합병과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LG경제연구원의 임지수 연구원은 “생산은 신진 외국 석유화학 회사가 하고, 판매는 우리 기업이 하는 식의 강력한 제휴를 맺어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는 방법도 국내 업체들이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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