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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일본, 독일을 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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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해 성탄절 직전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에게 파리로부터 '성탄 선물'이 날아들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6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달라는 초청장이었다. 독일 정부 대변인은 1일 "총리가 매우 기뻐했다"는 성명을 냈다. 매년 6월 6일 당시 연합군의 참전용사들과 참전국 수반들이 노르망디에 모여 치르는 이 행사에 독일 현직 총리가 초대받은 것은 슈뢰더가 처음이다.

16년간 장기집권을 했던 헬무트 콜 전 총리는 딱 10년 전인 1994년, 50주년 기념행사에 갈 수 있기를 노심초사 기대했다. 그러나 프랑스는 끝내 이를 외면했다. 콜은 당시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과 밀월 관계를 유지하던 터라 이 사건은 외교적인 마찰을 불러올 정도로 역풍이 컸다.

그런데 독일 총리들은 왜 이토록 노르망디 기념식에 가길 원하는 것일까.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나치의 숨통을 끊어놓은 '결정적인 한방'으로 평가받지만 독일인들에겐 '국치일'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슈뢰더 총리가 초청장을 받은 데 대한 독일인들의 반응은 환영 일색이다. '이제야 비로소 2차대전의 죄과를 용서받고 과거 청산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안도감마저 느껴진다. 잘못된 과거사에 대해 독일만큼 '공개적으로', 그리고 '자주' 반성하는 나라도 드물다. 그런데도 프랑스가 마음을 여는 데는 무려 60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반면 일본은 여러모로 독일과는 대조적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1일 2차세계대전 전범들의 위패가 놓여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취임후 네번째로 참배했다.

주변국들이 반발할 게 뻔한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국들의 불쾌감을 즐기려는 건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유권하 베를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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