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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분석, 한나라당 경선 승부처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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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 07면

가장 큰 변수는 네거티브 캠페인

7일 오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경남 마산 당원연수 회에서 안내 책자로 부채질을 하고있다. [연합뉴스]

승부는 달아오른 ‘후보 검증’의 파괴력정도에 달렸다고 보는 이들이 많았다. 나성린 한양대 교수는 “이명박 후보가 검증 공방을 극복할 수 있느냐가 최대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춘식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권력 남용 등 제기된 의혹이 진실로 판명되면 경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이 후보 측 반응은 달랐다. 이 후보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은 “검증 공방을 거치면서 이른바 ‘한 방’은 없다는 점이 분명해졌다”며 “유례 없는 네거티브 공방을 치르고 있지만, 네거티브가 승부를 가르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렇지만 박 대변인도 검증이 얼마나 지속되느냐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런 맥락에서 19일 검증 청문회가 하나의 전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인식은 적어도 이후보 캠프보다는 더 심각했다. 여론조사 회사인 디오피니언의 안부근 소장은 “이후보 지지자들이 이 후보가 순백해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그렇다 해도 이후보에게 제기되는 의혹이 정도를 넘어 서면 중간층 지지자들이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 검증이 더 격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안 소장은 “네거티브가 경선의 주 변수가 됐다”면서 “네거티브가 자꾸 먹힌다 싶으면 이 후보 쪽에서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앞으로 두 후보의 스캔들이 불거질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근혜 후보 캠프의 김재원 대변인은“한나라당 지지자 입장에서 보면 박 후보나 이 후보는 정권교체를 이뤄내기 위한 ‘도구’인 만큼 정권교체에 누가 더 적합한지에 대한 판단이 승부의 변수”라고 말했다. “여론 지지율이 높고 경제회생 이미지가 강한 이 후보와 여권의 대담한 정치공세를 견뎌낼 박 후보 중 누가 더 본선 경쟁력이 있느냐에 대한 판단이 경선을 좌우할 것”이라는 얘기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7일 서울시당 인왕산 등반대회에서 선캡을 고쳐쓰고 있다. [연합뉴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은 투표의 구체적 상황을 지적했다. 그는“팬클럽 같은 자발적 마니아 그룹의 활동 등 핵심 지지층의 결집력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총투표의30%를차지하는 국민선거인단에 투표당일 누가 오느냐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예컨대 이 후보 지지층인 수도권30~40대 투표자가 적게 오면 이 후보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문항과 방식도 잠재적 변수로 지목됐다. 이 후보는 상대적으로 비한나라당 성향 유권자의 지지도가 높고,박 후보는 투표 충성도가 높다. 대통령으로서의 지지도나 선호도를 물을 때보다 투표 의향을 물어볼 때 두 후보 간 격차가 줄어드는 것은 이런 속성 때문이다.김 소장은 또“나이를 속이고 설문에 응하는 등의 위장 응답을 확인할 길이 없어 여론조사 결과가 시빗거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지연 미디어리서치 이사는 ‘조직전’을 승부처로 꼽았다. 김 이사는 “‘당심은곧 민심’이란 말은 평시엔 맞는 말이지만 전시엔 꼭 그렇지도 않다”며 “이해관계에 따라 표를 찍게 될 수 있는 만큼 여론보다 당원 대의원을 잡는 게 더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빅2 간의 지지율 격차가 한 자릿수대로 줄어들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지지율 차이가 한 자릿수대로 좁혀지면 심리적인 영향을 줄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지역별 판세, 특히 영남권표심이 승부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는보지 않았다. 박 후보의 핵심 지역 기반이 영남권인 반면 이 후보의 핵심 지지층은 수도권이어서 크게 충돌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였다.

이 밖에 범여권 상황도 눈여겨볼 요인으로 거론됐다. 범여권에서 후보가 부상하면 비한나라당 성향을 지닌 이 후보 지지자 일부가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약점 보완할 카드 마련해야

빅2 캠프와 외부 전문가들의 인식이판이했다. 나성린 교수는 이 후보의 취약점으로 “검증 공방에 노출돼 있는 과거 행적과 도덕성 측면”을 꼽았다. 권용립 교수는 “이 후보가 깨끗해서 지지하는 것이 아닌 만큼 지금까지 거론되는 정도의 의혹이 사실이라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국민에게 통할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후보 캠프의 생각은 달랐다. 박형준 대변인은 “거론된 의혹 중 시인할 만한 것이 없다”며“도덕성 시비에 말려들지 않고 이 후보의 능력을 강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경우 이념과 정책의 유연성부족이 취약점으로 지적됐다. 나성린 교수는 “너무 수구보수적”이라며 “중도적인 사람들을 더 영입해 색깔을 보완해야한다”고 말했다. 권용립 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점과 여성이라는 점이 약점일 수 있다”면서 “유신의 공(功)보다 과(過)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김재원 대변인은 “본선에선‘좌파 정권 종식’이 이슈가 될 수 있고,박 후보가 보수대연합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며 이념 경직성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박 후보의 유연함을 드러낼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약간의 여지는 남겨 놓았다.

이 밖에 이 후보의 경우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성공적으로 방어하지 못하고있는 것도 취약 대목으로 분석됐다. 김지연 이사는 “대운하 공약을 포기하게 되면 추진력이라는 이 후보의 장점이 없어질 소지가 있다”며 “대운하에 대한 의구심을 명확히 해소시켜야 한다”고 말했다.박 후보의 경우 자신만의 이슈 부족도 한계로 지적됐다. 김지연 이사는 “박후보의 이슈로 명확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며 “논쟁이 박 후보 위주로 벌어지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춘식 교수는 “국민 피부에 와닿는 구체적인 공약과 여성 대통령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이미지를 제시해야 한다”면서 “1970년대후반 퍼스트레이디로서의 경험은 국민에게 먹혀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박형준 대변인은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등 정치인으로서의 능수능란함 부족이 이 후보의 취약점”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예기치 않은 실책을 줄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원 대변인은 “위기관리 능력이부족하지 않으냐는 막연한 인식이 문제”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곧바로 휴전선 상황을 체크한 것에서 드러나 듯 박 후보의 훌륭한 위기대응 능력을 적극 알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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