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입학시험 어떻게 나올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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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 03면

학부모 여러분. 2009년 3월 문을 여는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에 자녀를 들여보내고 싶으신가요? ‘인생 2모작’을 꿈꾸는 샐러리맨 여러분도 관심이 있으시다고요?
로스쿨 전형의 골격부터 알아볼까요. 로스쿨 선발기준에 반드시 반영해야 할 것은 법학적성시험과 학부성적, 그리고 외국어 능력 등 세 가지입니다. 각 학교는 면접과 사회활동 경력도 전형자료로 활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적성시험서 ‘논리퍼즐식’ 유형 출제

법학적성시험이 무엇인지가 가장 궁금하실 겁니다. 이 시험에는 헌법·민법·형법 문제가 출제되지 않습니다. 교육부는 “법률지식이 아니라 논리력과 추론능력·종합판단력과 같은 법률가로서의 기본소양이 있는지 알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교육부 신인섭 사무관은 “미국 로스쿨입학시험(LSAT)의 경우 여러 번 응시하고 시험공부를 많이 했다고 해서 성적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조사 결과가 나와 있다”며 사교육이 통하지 않는 문제 유형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더군요.

교육부가 교육과정평가원에 의뢰해 작성한 기초연구보고서와 예시문항들을 입수했습니다. LSAT를 벤치마킹했다고 합니다. 적성시험은 크게 언어이해 영역과 추리논증 영역으로 나뉩니다. 모두 객관식입니다.

언어이해 예시문항의 경우 ‘생명공학 기술과 정치·경제적 제도의 관계’를 주제로 한 장문의 텍스트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어 ▶글의 성격 ▶비유에 대한 적절한 해석 ▶글쓴이가 동의할 가능성이 가장 큰 진술을 묻습니다. 참고로 LSAT의 제시문은 신문기사나 논설, 연설문, 편지글 같은 다양한 곳에서 나옵니다.

추리논증 영역에선 무엇보다 ‘논리퍼즐’이 특징적입니다. 주어진 정보들을 연결 짓고 진실과 거짓을 따지며 수학적으로 추리하는 것이지요. 또 ▶논증이 타당해지기 위해 보충해야 할 전제 ▶제시문에서 추론할 수 있는 문장 ▶실험 결과 표를 올바르게 해석하지 못한 문장을 고르도록 합니다.

단편적인 지식을 암기하기보다는 철학·문학과 같은 기초 교양을 쌓는 데 주력하는 게 낫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유학전문 학원 ‘카플란센터 코리아’의 LSAT 대표강사인 제프 에델슈타인(플로리다주 변호사)씨는 “토플이나 GRE(대학원 입학자격시험)와 달리 비판적으로 책을 읽는 습관과 논리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논술시험의 도입 여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평가원 측은 “시험은 일괄적으로 보되 채점 및 결과 반영은 각 로스쿨에서 하도록 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외국어 시험의 경우 토플과 토익, 텝스 등 주요 영어능력인증시험 결과를 전형자료로 활용토록 한다는 게 교육부 방침입니다. 사법시험 1차 시험 영어과목 합격 가능 점수는 토플 PBT 530점 이상, CBT 197점 이상, IBT 71점 이상이고 토익은 700점 이상, 텝스는 625점 이상이지요. 로스쿨 전형에선 보다 높은 수준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사회활동 및 봉사활동의 경우 다양한 분야의 현장 경험을 지닌 직장인이 유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건국대 법대 한상희 교수는 “로스쿨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재교육”이라며 “직장을 다니다가 30~40대에 법률가의 길을 택하는 학생이 전체의 30%는 돼야 정상”이라고 하더군요.

각 선발기준의 반영비율을 어떻게 정하느냐가 관건입니다. 교육부 이동진 대학원개선팀장은 “대학 자율에 맡길 것”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많은 대학은 이 말을 그대로 믿지 않고 있다고 해요. 대학 입학 전형을 둘러싼 수능·내신 갈등에서 보듯 대학의 내신인 학부성적 비중을 높이도록 하는 등의 ‘간섭’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학부성적 반영 시 대학 간 차이를 인정할지도 논란으로 떠오를 듯합니다.

대학의 로스쿨 전형 방향을 미리 가늠하기 위해 대학가를 찾았습니다. 중앙대 법대 장재옥 학장은 “반영비율을 나름대로 검토하고 있지만 인가가 나기 전까지는 공개할 수 없다”며 입을 다물더군요. 다만 “글로벌 시대에 외국어 능력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연세대 법대 홍복기 학장은 “미국도 학부 졸업 후 로스쿨에 바로 들어온 학생과 직장을 다니다 들어온 사람이 비슷한 규모”라며 사회활동 경력을 중시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건국대 한상희 교수는 개인 생각임을 전제로 전망을 했는데요. “적성시험의 변별력이 검증되지 않은 만큼 몇 년간은 적성시험과 외국어 능력의 커트라인을 정해 과락 여부만 따지고 면접 비중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이지요.

이런 가운데 로스쿨들이 변호사자격시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4년간 법률공부를 해온 법대 출신이나 명문대 졸업자를 대상으로 유치경쟁을 벌일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로스쿨 전체 정원과 변호사자격시험의 난이도가 중요한 변수입니다. 현재 1200~3000명 선에서 논의 중인 정원 규모가 커지고, 변호사 합격률이 높아질수록 직장인이 도전할 기회는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교육부의 로스쿨별 특성화 방침에 따라 대학들이 정보기술(IT), 부동산, 지적재산권, 문화엔터테인먼트, 언론법 같은 다양한 특성화 방안을 마련 중인 것도 각 분야 전문가의 꿈을 부풀게 하지요.

로스쿨 진학에도 특별전형이 있습니다. 외국어나 체육특기생을 뽑는 게 아니라 저소득층과 장애인 같은 사회 취약계층을 배려하기 위한 것입니다. 대학들은 로스쿨 인가를 겨냥해 획기적인 특별전형 방법을 강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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