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병설”“지방행” 추측만 무성/모습감춘 북 총리 강성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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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취임 두달 넘도록 언론도 동정보도 안해/16일 김정일 생일행사 불참할땐 “이상”
북한의 강성산 정무원총리(61)는 요즘 어디서 무엇을 할까.
작년 12월11일 최고인민회의 9기 4차회의에서 연형묵의 뒤를 이어 총리로 선임된 강성산은 10일로 취임 만 두달이 됐지만 공식적인 자리에 모습을 일절 드러내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그는 특히 과거 관례로 보아 총리가 참석하는 공식행사에 조차 나타나지 않아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84년부터 86년 12월까지 2년여동안 총리를 지내다가 함북도당책겸 인민위원장으로 옮긴 후 총리로 재기용돼 『북한 인사의 경우 꺼진 불도 다시 봐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돌게 했던 강성산이 공식적인 자리에 마지막으로 등장한 것은 취임 다음날(12월12일)인 「조선지식인대회」. 게다가 지난달 23일 사망한 사민당 위원장 이계백의 국가장의위원회명단에는 들어 있었으나 빈소방문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장례식에도 불참했다.
북한의 주요 언론들도 그의 동정에 대해서는 거의 보도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그의 거취를 둘러싸고 갖가지 추측이 나돌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이 나도는 소문은 강의 중병설.
그의 건강이 악화돼 집무실에는 늘 간호사가 대기하고 함경북도에 있는 주을온천을 드나들면서 요양하고 있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만약 그가 물러나면 현재 북한에서 「떠오르는 별」로 지목되고 있는 김달현부총리가 총리직을 승계하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강성산이 그렇게 건강이 나빠 집무하지 못할 지경이라면 불과 두 달전에 총리에 기용됐겠느냐는 점을 들어 「중병설」에 의문을 표시한다. 그래서 나오는 이야기가 『강성산은 지방기업소와 행정기관에 대한 순시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쁘기 때문에 공식행사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
그가 날로 기울어가는 북한경제의 회생이라는 특명(?)을 받고 총리에 재기용된 만큼 각 지방의 연합기업소 등을 직접 둘러보고 내년부터 시작되는 인민경제발전 제4차 7개년계획의 입안 등에 골몰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과거 허담이나 서철 등 북한의 고위 간부들이 공식석상에 한동안 안나왔을 때도 어김없이 실각설이 나돌았으나 얼마후 보란듯 모습을 나타낸 예도 있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강성산이 어떻게 되었을 것이라고 점치기는 어렵다.
통일원 당국자는 『김정일 생일(2월16일)이나 이달 중순에 열리기로 돼있는 사노청 8차대회에 강성산의 참여 여부가 그의 거취를 가늠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만약 그가 이 두 행사에도 나타나지 않고,또 4월로 예정된 최고인민회의에도 참석하지 않는다면 그의 신변에 무슨 이상이 있는 것으로 봐도 무리는 아니다』고 말했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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