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사회봉사·장학사업 헌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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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간호계 원로이자 유한양행 창업자인 고(故) 유일한 박사의 여동생인 유순한(柳順韓) 여사가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10시30분 부산 청십자병원에서 별세했다.

1912년 평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평양 연합기독병원 간호과를 졸업한 뒤 미국 글렌데일 병원 간호학교에서 수학했다. 73년부터 10년간 대한보건간호사회 회장을 지냈고, 한국청십자 사회복지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고인은 평생 어려운 이들 곁을 지켰다. 한국전쟁 발발 당시 미국에서 간호사 활동을 하던 柳여사는 전쟁이 터져 한국에 올 길이 막히게 됐다.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에게 "폐허가 된 고국에 가서 환자들을 돌봐야 한다"는 글을 써보냈고, 대통령의 배려로 54년 미군 수송기편으로 귀국했다.

이후 서울위생병원 부간호과장을 거쳐 서울대병원.전남대병원.국립의료원 간호과장을 맡아 열악한 환경 속에서 환자들을 보살폈다. 이런 공로로 67년 국제 적십자사로부터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기장을 수상했다.

72년엔 대한민국 녹조훈장을 받았다. 장학사업과 사회봉사 활동에 특히 관심이 많아 부산 산정현교회에서 유순한 장학기금을 운영하며 60여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했고, 생명의 전화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95년엔 전 재산인 유한양행 주식 2만여주(당시 시가 10억원 상당)를 유한재단에 기부했다. 유족으로는 아들 홍인표씨 등 1남3녀가 있다.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은 3일 오전 9시다. 02-392-0299.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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