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용 재산몰수/특별법 제정 논란/여야의원 14명 추진에 법리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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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매국축재」그대로 상속은 안될말”/“소급입법은 위헌” 신중론도 나와/법이전 민족양심문제… 자발적 포기가 해결책
정당을 초월한 전·현직의원 15명이 9일 이완용후보의 재산되찾기를 막기위한 특별법제정 추진모임을 구성했다.
이미 특별법 제정을 추진해온 민주당 김원웅·제정구의원은 이에 뜻을 같이하는 이인제 구천서 박명환 김호일 성무용 오장섭(이상 민자당),장기욱 신계륜 홍기훈(이상 민주당),정주일 원광호 송영진(이상 국민당)의원,노무현 전 의원 등과 함께 이날 낮 12시30분 국회 귀빈식당에서 모임을 갖고 「반민족행위자 재산몰수에 관한 특별법제정 추진 의원모임」을 구성했다.
이들은 민족반역자로 낙인찍힌 이완용의 막대한 재산을 후손(증손자 이윤형·60세)이 그래도 물려받는데 대한 국민적 분노를 반영,여야를 초월해 입법화하기 위해 발벗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일단 15명으로 실무작업을 마친뒤 의원들의 서명을 받을 예정인데 「1백% 지지」를 장담하고 있다.
이윤형씨는 이미 17건을 제소해 6건에 승소함으로써 시가 60억원에 상당하는 2천1백70평의 땅을 되찾았다. 그 땅들이 이씨의 증조부인 이완용의 땅이었음이 확실하기에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현행법에 따른 판결 덕분이었다.
물론 그 땅들은 이완용이 83년전 이 나라를 일본의 식민지로 만드는데 공헌한 대가로 얻은 재산(당시 15만원)과 함께 받은 벼슬(총리대신)자리의 퇴관금(1천4백여원)으로 사들인 것임이 분명하다.
모임을 만든 의원들은 『이완용의 증손자가 법의 맹점을 뚫고 재산을 찾아나선 사실에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매국의 대가로 얻은 재산은 법류로 보호할 수 없다』고 특별법 제정을 서두르는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특별법을 제정하는데는 문제가 많다.
우선 과거에 있었던 일을 다루자면 「소급입법」을 할 수밖에 없다. 우리헌법 13조는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한다』(1항)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이나 재산권의 박탈을 받지 아니한다』(2항)고 규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 현행법에서 죄가 아니면 벌을 받지 않으며,새로 법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법을 만들기 이전의 행위를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헌법정신에 따르면 특별법을 만들더라도 이완용의 재산취득,증손 이씨의 상속을 처벌하거나 무효화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소급처벌금지」원칙은 법치국가의 근본이며 법은 안정되고 예측가능해야 한다.
현재의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앞으로 만들어질 어떤 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면 어느 누구도 불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볼때 소급입법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실제로 소급입법이 「정치적으로」잘못 이용된 예도 몇번 있었다. 3공당시 박정희대통령은 해외에 체류하며 자신을 비난하고 다니던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의 재산을 몰수하기 위해 소급입법인 「반국가행위자 재산몰수 특별법」을 만든 적이 있다. 61년 5·16이후 정치정화법과 80년의 정치규제법도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특별법 제정을 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헌법전문에 나와있는 헌법정신이 첫번째 논리적 근거다. 「3·1운동으로 건립된 상해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면 당연히 독립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매국적 행위의 부산물인 재산을 인정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들은 법 이전에 선조의 오욕으로 취득한 재산을 되찾겠다고 나선 후손에 대해 연민과 분노를 표시하며 후손의 자발적 포기가 좋은 해결책임을 강조하고 있다.<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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