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개혁의지 “신호탄”/체육·동자부 폐지 추진 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책위」 은밀추진 전광석화식 처리/관료사회 기득권 위한 저항 거셀듯
김영삼 차기대통령이 취임전까지 체육청소년부와 동자부를 각각 교육부 및 상공부에 통폐합하는 등 장·단기 정부조직개편 구상을 하고 있음이 6일 밝혀져 충격을 던지고 있다.
체육청소년부가 즉시 장관주재의 대책회의를 여는 등 해당부처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러나 김 차기대통령은 이를 계기로 자신의 개혁론이 단순한 수사적 차원이 아니라는 신호를 공직사회에 알리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민자당과 대통령직 인수위는 정부조직개편은 신정부 출범후 신중하게 처리될 것이라고 밝혀왔다.
김 차기대통령 주변이나 당·인수위에서는 정부개편보도가 나오기만 하면 『전혀 진행되는 것이 없다』『괜히 공무원사회만 뒤흔들어 놓는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김 차기대통령은 당 정책위와 원내 전략팀에 은밀히 개편작업을 추진시켰고 임시국회 개회를 겨우 3일 앞둔 6일에서야 그 내용이 공개됐다.
이 과정을 보면 김 차기대통령은 자신의 인사스타일 비슷하게 전광석화식으로 개혁의지를 과시하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정부기구확대는 언제든지 쉬운 일이지만 축소는 좀처럼 해내기 어려운 일이다. 관료사회는 기득권사수의식이 강하다.
노태우정부는 행정개혁위가 1년여동안 떠들썩하게 작업한 행정개혁위의 체육부·동자부 폐지안을 접어둔채 문공부를 문화부와 공보처로 늘려놓았을 정도로 폐부는 지난한 일이다.
한 고위당직자는 『기구축소·폐지에 대한 관료사회의 저항은 무서울 정도다. 김 차기대통령은 그것을 잘 알기 때문에 이번에 과감한 방법을 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체육청소년부는 88올림픽에 대비해 82년 3월 발족됐으며 초대장관은 노태우 당시 민자당의원이었다. 그후 박철언의원도 이자리를 거쳤다.
김 차기대통령은 사석에서 이를 「위인설관」이라고 꼬집은 적이 있다고 한다.
동자부는 석유파동 등으로 에너지가 주요 국가현안으로 등장했던 78년 1월 구성됐다. 지금은 석유·석탄 등의 문제가 독립부처를 필요로할 정도는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김 차기대통령은 측근들에게 『아직도 그런 부서가 필요하냐』고 물었다는 얘기가 있다.
신정부는 취임후 행정쇄신위원회에서 경제부처를 비롯한 다른 부처의 통폐합·신설 등을 추진할 계획이어서 정부 공직사회는 변화의 회오리가 예상된다.
김 차기대통령과 민자당의 작업이 순조로울 것만 같지는 않다. 현재 야당은 안기부 개편 등도 요구하며 민자당의 정부개편안에 일단 제동을 걸고 있다.
또 이번 임시국회에서 여야가 맞붙어 개편안이 주춤하는 사이 막강한 관료사회의 로비가 작용해 일을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다.
김 차기대통령이 취임전부터 스스로 시도하는 변화와 개혁의 시험을 어떻게 헤쳐갈지 관심을 끌고 있다.<김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