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악수는 한 손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악수는 한 손으로 하는 것일까, 아니면 양 손으로 두 사람과도 하는 것일까.
 
대한수학회가 5월 12일 시행한 제21회 한국수학올림피아드 중등부 1차 시험에서 악수 관련 문제를 냈다가 한 응시생으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등 홍역을 치른 일이 뒤 늦게 알려졌다. 논란을 부른 문제는 “20명의 사람이 한 줄에 10명씩 두 줄로 마주보고 앉아 있다. 각각의 사람은 마주 앉은 사람, 또는 좌측에 앉아 있는 사람, 또는 우측에 앉아 있는 사람과만 악수할 수 있다고 한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든 사람이 동시에 악수하는 방법은 모두 몇 가지인가.(A형 13번 문제)” 였다.

시험을 치른 직후였다. 한 중학생 응시자 학부모가 학회 사무실로 찾아와 “시험 문제 13번에 오류가 있으니 응시자 전원 정답 처리해 달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악수를 한 손으로만 하는 게 아니고 양손으로 두 사람과 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면 요구하는 답을 적을 수 없다고 학부모는 주장했다. 그 학생은 답을 못 썼다. 대한수학회는 "문제는 전혀 틀리지 않았으며, 혹시 수험생들이 문제를 잘못 이해할까 싶어 시험 전에 감독관들이 부연 설명까지 했다”고 응수했다. 그 문제에 대해 모든 수험생을 정답으로 처리하면 자신의 자녀가 입상권에 들 수 있을 것으로 계산하는 듯했다는 것이 수학회 관계자의 말이다.

결국 학부모는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수상자 선정과 본선 치르는 것을 중지해 달라는 가처분신청을 아들(15세) 대리인 자격으로 서울중앙지원에 냈다. 응시생 아버지는 변호사였다. 법원은 이유가 안 된다며 기각했다. 악수는 한 손으로 하는 게 상식이며, 설사 그 문제를 정답으로 처리해 자녀의 점수가 올라간다고 해도 수상자 대열에 들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였다.

대한수학회는 학부모 아버지와 동창 사이인 변호사를 찾아 사건을 의뢰했다. 서로 아는 사이에 ‘억지’를 부리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김도한 대한수학회장은 “응시생 1만여 명 중 이런 항의를 한 사람은 소송을 건 학생 한 사람밖에 없었다” 며 “올림피아드 입상이 과학고 등 특목고 입학에 유리해 이런 해프닝이 벌어진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박방주 과학전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