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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개 치는 '프랜차이즈 테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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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9.11 테러를 주도한 알카에다는 2004년 말 1600쪽 분량의 '알카에다 비전'을 자체 웹사이트에 발표했다. 알카에다가 앞으로는 하나의 조직이 아니라 질서를 지향해야 한다는 구상이었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독립적인 세포 테러조직들을 서로 느슨하게 연결하고, 지도부는 이들에게 이데올로기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상징적인 기능을 수행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구상한 알카에다의 이론가 아부 무사브 알수리는 2005년 체포됐다. 그는 이 조직의 최고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의 오른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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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알수리의 이데올로기대로 본사에서 노하우를 전수받고 경영은 독자적으로 하는 프랜차이즈 사업처럼 테러도 '프랜차이즈 테러'로 진화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5일 보도했다.

알카에다는 수뇌부가 상당 부분 와해된 와중에서도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테러리스트들에게 영감을 제공하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지난달 29일과 30일 영국서 발생한 테러 시도에서도 드러난다. 체포된 8명은 대부분 의사나 간호사들로 엘리트층 출신이다.

AP통신은 미국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8명 모두 미국 정부의 잠재적 테러 용의자 명단에 없었다"고 밝혔다.

대테러 전문가들에 의하면 9.11 이후 테러는 살상의 규모는 줄었지만 발생 빈도는 엄청나게 늘었으며 공격 형태와 대상도 매우 다양해지는 진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과거 대원 모집은 주로 이슬람사원이나 종교 학교에서 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모집 장소가 인터넷이나 감옥이나 대학, 심지어는 이번 경우처럼 병원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집중적인 대테러전으로 테러조직의 세력이 크게 약화됐다. 그러나 북아프리카.레바논 같은 새로운 전선이 생겨나면서 테러 조직의 활동 영역은 오히려 넓어지고 있다.

과거부터 있던 조직이 알카에다라는 문패로 바꿔 다는 경우도 생겼다. 알제리에선 지난해 말 이전부터 존재하던 '설교와 전투를 위한 살라피스트 그룹(GSPC)'이란 단체가 '이슬람 마그레브의 알카에다'로 개명하기도 했다. 마그레브는 북아프리카를 뜻하는 아랍어다.

미국 웨스트포인트의 대테러 전문가인 크리스토퍼 헤펠핑거는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은 진짜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의 생존 여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빈라덴은 전 세계 이슬람 전사들이 깨어나길 바랐고, 그의 바람은 이루어졌다"고 평가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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