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주게이트볼연합회(8)-"운동량 적은 노인에 최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노년의 건강을 게이트볼로 지킨다.
고도 신라의 향기가 배어있는 경주 시내 황성공원게이트볼경기장은 경주게이트볼연합회(회장 김영식)회원들의 분주한 발걸음으로 하루종일 부산하다.
두툼한 점퍼에 빨간색·파란색 모자와 장갑을 낀 회원들은 추위도 잊은채 어린이들처럼 소리를 지르고 하루종일 스틱을 휘두르며 「놀이」에 열중한다. 게이트볼은 당구·골프의 성격이 결합된 레포츠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데 특히 노인층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T자형 스틱으로 당구공처럼 생긴 공을 쳐서 게이트(문)를 통과시켜 점수를 계산, 승부를 결정짓는데 특별한 기구가 필요하지 않고 규칙이 간단해 날로 인기를 더해 가고 있다.
90년 창립된 경주게이트볼연합회에도 70여명의 열성 회원들이 북적거려 8면의 코트가 오히려 부족할 지경이다.
70세 이하는 아예 나이를 꺼내기가 쑥스러울 정도고 여든은 넘어야 어른 대접을 받는데 최고령은 87세의 신봉석씨.
3년전 부인과 사별한 신씨는 아침식사 후 1시간반동안 빨간 공·흰 공을 쫓아다니며 경기에 몰두, 할머니 없는 허전함을 게이트볼로 메운다.
점심식사 후 해질 무렵까지 다시 게이트볼을 즐기는 신씨는 『경로당에 앉아있어 봐야 담배 연기에 시달려 오히려 고역』이라며 『맑은 공기를 마시며 경기 중 계속 걸어다녀야 하는 게이트볼이 운동량이 적은 노인들에게 더없이 좋은 운동』이라고 말한다.
최해일(65)씨는 동갑내기 부인 문경자씨와 함께 게이트볼을 즐기는 잉꼬부부. 아침 식사 후 어김없이 자전거에 부인을 태우고 나타나는 최씨는 『정신 집중이 잘될 뿐만 아니라 부상 위험도 없어 나이든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으론 게이트볼이 그만』이라고 말한다.
전국대회에 출전, 다른 고장의 동호인들과도 우의를 다지는 회원들은 『게이트볼이 노인들의 운동으로 정착되어가고 있지만 할아버지·아버지·아들 3대가 함께 즐기면 더 좋겠다』며 노년의 외로운 심경을 털어놓는다. 【경주=김상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