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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장벽 기술로 넘자(위기몰린 한국수출: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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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반덤핑공세 작년 37건으로 늘어/수입규제 대열 개도국까지 가세
클린턴행정부 출범에 때맞춰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19개국 철강제품에 무더기 고율반덤핑판정을 내림으로써 국제통상에 충격을 가했다. 유럽공동체(EC)는 보복을 다짐하고 나섰고 일본은 처음으로 중국철강원료에 덤핑관세를 부과했다. 품질·가격면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잃어가는 한국수출이 더한층 국제무역환경악화속에 굴러떨어지는 느낌이다. 한국수출의 험로와 대책을 3회 시리즈로 다룬다.<편집자주>
요즘 상공부나 무역협회 무역진흥공사는 어지럼증에 걸린 상태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무역장벽과 통상압력조치들을 알리는 보고들이 세계 각지에서 타전돼오고 있는 것이다.
개별 수출업체차원에서는 수입국의 새로운 수입검사제도 등 거듭 강화되는 규제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장기간 통관이 보류되거나 반품되기고 하는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올들어 미국 클린턴 새행정부의 출범과 유럽(EC) 단일시장의 출발을 계기로 자국 또는 지역 이기주의가 드세지면서 불붙기 시작한 세계무역전쟁으로 우리의 무역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의 무역장벽은 수입규제같은 전통적 차단벽외에 환경보호를 이유로 한 규제,공업규격 및 기술장벽,부품의 원산지 규정 강화,무역보복 입법 등 「신 무역장벽」으로 확산돼 거미줄처럼 복잡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특히 미국·EC 등에 대한 수출이 이들 나라의 사양산업인 섬유·가전·철강 등에 몰려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있다.
우리에 대한 외국의 수입규제는 최근 질적으로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현재 우리가 받고있는 수입규제는 72건<표 참조>으로 90년의 71건과 숫자상으로는 비슷하나 파급효과가 큰 반덤핑판정공세가 두드러지고 있는게 특징이다. 「불공정무역」을 이유로 한 반덤핑관세 부과판정으로 규제를 받는 건수가 90년에는 26건이었으나 지난해에는 37건으로 32%가 늘었다. 이에 비해 수입제한·쿼타 배정 등 일반 무역규제 건수는 90년 41건에서 지난해에는 33건으로 줄었다. 무역장벽이 보다 전투적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전에는 규제품목이 앨범·완구 등 수출액이 크지않은 것이었으나 최근에는 수출주력인 반도체·철강·통신기기 등 덩치 큰 상품이어서 타격이 커지고 있다.
또한 최종 소비제품(섬유·가전 등)에 주로 적용되던 수입규제가 요즘에는 반도체·베어링·스프링과 같이 주요 부품 또는 원부자재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또 미국·EC·호주·캐나다의 선진4개국이 주도하던 대한수입규제 대열에 지난해부터는 개도국도 가세하는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멕시코가 3건,아르헨티나와 대만이 각 2건,터키가 1건씩 우리 상품에 대해 덤핑으로 제소해 조사가 진행중이다. 지난달 18일에는 인도가 우리나라 PVC제품에 대해 반덤핑관세를 매기기도 했다.
이와 함께 덤핑제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례도 나타나 대만의 경우 지난해 8월 우리 정부가 단교 선언을 하자 자동차 등 20개 한국 수출상품에 대해 덤핑여부조사를 벌였다. 미국이 지난달말 무려 19개국의 철강제품에 대해 무더기로 덤핑예비판정을 한 것도 정치성이 짙다.
상공부에 따르면 이같은 규제 아래의 수출액은 대선진국 수출의 16%,전체수출의 9%를 차지하고 있고 수출감소의 원인이 되고 있다. 대미 수출을 보면 규제중인 14개 품목의 수출이 지난해 20% 줄었다.
여기에다 신 무역장벽의 위세도 만만치 않다. 몬트리올 의정서·기후변화협약 등 무역규제조치를 담은 환경 관련 국제협약이 18가지에 이르며 이를 토대로 2백여건의 무역규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프레온가스(CFC) 사용 상품의 수입규제,폐기물 교역규제,환경보호 노력이 미흡한 외국기업의 상품에 대해 환경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 등에 대처하지 못하면 수출길이 막히게 되어있는 것이다.
또 EC 등이 국제표준규격인 ISO 9000시리즈의 품질보증을 받지 못하면 수입하지 않겠다는 기술장벽을 쌓는 것도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이다.
우리 상품의 기술력과 품질이 이같은 정방위의 무역장벽을 뚫을 유일한 도구임이 더 명백해지는 시점이다.<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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