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수 <연세대의대 교수·내과>(212)-전신성 홍반성 낭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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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0대 숙녀가 3주째 고열이 계속된다며 병원에 왔다. 처음에는 감기처럼 온몸 여기저기가 쑤시며 손목과 무릎관절이 아프고 해 1차 진찰을 받은 후 약2주간 항생제 치료를 받았으나 전혀 차도가 없었다는 것이다. 열은 계속되고 손목과 무릎관절이 더 붓고 여전히 아프며 머리털이 빗질할 때마다 뭉텅뭉텅 빠지며 뺨에 붉은 발진이 돋는 등 이상한 증세가 진행되는 양상을 보여 3차 진료기관인 세브란스병원으로 왔다. 환자는 1년전부터 간간이 손목과 무릎에 관절통이 있었으며 그 때마다 진통소염제로 그럭저럭 회복됐고 지난 여름 3일간 해수욕을 다녀와서는 과거와 달리 얼굴·등과 팔에 심한 피부반응이 있었으나 그냥 연고를 바르니 가라앉았다고 했다.
세밀한 진찰과 각종 혈액검사, 각종 균배양 검사를 통해 전신성·홍반성 낭창으로 진단됐다. 이 병은 필자가 수련 받던 20여년전에는 진단이 어려워 좀처럼 경험하기 드문 병이었으나 최근에는 여러가지 증상과 진찰 소견 및 혈액검사를 통해 쉽게 진단이 가능한 병이다.
이 병은 류머티스성 질환으로 자가면역성 질환이다. 자가면역성 질병은 자신의 신체 조직에 대해 스스로 항체를 만들어 항원-항체 면역반응으로 병을 유발시킨다. 우리가 잘 아는 류머티스성 관절염도 여기에 속한다. 전신성·홍반성 낭창은 젊은 여성들에게 잘 발생하며 병명에서 나타난 것처럼 피부, 특히 얼굴과 손·발가락에 발적과 홍반이 흔히 나타난다.
이는 혈관염 때문에 발생하는데 이런 혈관염이 피부뿐 아니고 혈관이 있는 전신에 나타날 수 있다.
환자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이 다양하며 피부·관절·혈액·뇌신경·위장·심장·폐·늑막 및 신장에 병이 나타난다. 갑자기 증세가 악화되며 급작스레 병이 진행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적절한 치료로 병을 잘 조절할 수 있다.
증상의 정도에 따라 치료에 차이가 있고 면역 억제제·혈장교환술등도 시행하고 신장으로 병이 진행되면 다른 원인으로 인한 만성 신장염과 똑같이 투석요법으로 치료받을 수 있다.
현재는 치료에 다소 어려움이 있으나 진단과 치료방법이 많이 개발됐으며 21세기에는 인류가 정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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