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세계바둑 최강 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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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제2회 진로배 SBS세계바둑 최강 전」의 2단계 시합이 1월 10일부터 20일까지의 일정으로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렸다. 제1회 때는 한국팀의 선봉장 유창혁 5단의 맹활약으로 일본 팀이 지리멸렬, 일찌감치 탈락함으로써 결국 한국팀과 중국 팀이 우승을 다퉜지만 국제시합에 강한 서봉수 9단이 혼자 도맡아 마무리지어 조훈현 9단은 가만히 앉아서 우승상금(1억 원)을 분배받아 불로소득(?)을 챙겼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일본 팀이 절치 부심하며 설욕을 벼르고 나와 초 중반에는 만만치 않은 시소게임이 벌어지기도 했다.
1단계 시합을 마친 결과 한·중·일 3개국 팀은 똑같이 5명중 2명씩을 잃은 팽팽한 접전이었고, 2단계 시합의 초반에는 각 팀이 2명씩만 남는 치열한 소모건의 양상을 보였다.
그 팽팽하던 세력 균형은 후반에 접어들면서 중국 팀의 난조로 무너지고 말았다. 차오다웬 9단의 파죽의 3연승으로 초반 부진을 씻고 우승을 넘보던 중국 팀은 류샤오광 9단이 린하이평(임해봉) 9단에게, 그리고 마샤오춘 9단이 서봉수 9단에게 맥없이 무릎을 꿇어 모조리 탈락하고 말았다.
우승의 집념을 불태우던 중국 팀으로서는 참으로 어이없는 결과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네웨이굉 9단이 빠지는 등 중국 팀의 전력이 제1회 때보다 약화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어차피 중국 팀은 한국팀을 감당하기 어려운 전력이었다』는 서봉수 9단의 지적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우리의 자랑 이창호6단이 제1회 대회에 이어 이번에도 린하이평 9단에게 역전패 당했다는 사실이다. 초반의 대성공으로 줄곧 우세하던 상황이었건만 신중이 지나쳐 추격을 허용하고 말았던 것. 린하이평 9단은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이창호 6단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는 인상이다.
토출 용궁으로 기사회생한 린하이펑은 중국 팀의 류샤오팡 9단까지 꺾었으나 결국 한국팀의 서봉수 9단에게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승부사기질을 타고난 두둑한 배짱의 서봉수 9단은 과연 큰 승부에 강하다. 일본 팀의 린하이평 9단과 중국 팀의 마샤오춘 9단을 가볍게 연파하자 김학수 6단은『날이 섰 구만』이라고 한마디.
이로써 한국팀은 서봉수 9단과 조훈현 9단 2명이 남은 반면 일본 팀은 다케미야마사키 9단 한사람만 남았다. 2월 초순에 두어질 결정대국에서 서봉수 9단이 다케미야 마사키 9단을 꺾으면 제1회 때처럼 조훈현 9단은 두지 않고도 한국팀이 우승하게 될 것이다.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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