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토어 마케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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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내 많은 기업체들이 시장조사나 이에 따른 신제품개발, 광고, 유통조직확보 등은 열심히 하지만 막상 대리점이나 상점에 제품이 넘어가면 일단 할 일은 다 끝낸 것으로 안다. 그러나 일본은 다르다. 소비자들의 손이 닿기 직전까지 최선을 다하는 탓인지는 몰라도 대리점이나 상점에서 제품을 진열하는 방법, 이른바 인스토어 마케팅이 80년대부터 집중 개발돼 왔고 현재는 이를 전문으로 해주는 업체까지 성업중이다.
「그까짓 진열 잘한다고 얼마나 더 팔릴까」싶겠지만 실제로 국내에서 이 기법을 도입한 몇몇 대형슈퍼·대리점·농협직판장 등의 매출액이 최소한 30%이상 증가하는 엄청난 효과를 보고 있다. 심지어 모 식품업체는 지난해 말부터 유통점에 무료로 이 같은 매장진열컨설팅을 해주는 대신 점포 주로부터 가장 좋은 자리를 얻어 자사제품의 매출을 급증시키는 방법까지 사용하고 있다.
이 새로운 마케팅기법의 예를 살펴보면 커피와 설탕이 있을 경우 일반 상점에선 커피는 음료수쪽으로 몰고 설탕은 밀가루·식용유와 같은 코너에 두지만 이 방법에선 커피와 설탕은 바로 옆에 진열한다. 그리고 동일한 제품은 일반적인 방법인 사각형 형태로 쌓지 않고 피라미드식으로 쌓는다. 사각형은 보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안 팔리는 인상을 주고 피라미드식은 방금 전에도 누군가가 사간 것 같고 집어들기도 쉽기 때문이다. 제품의 정면이 소비자를 향하도록 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또 비슷한 제품들을 여러 층의 진열대에 배치할 경우보통은 같은 층에 옆으로 나란히 배치하지만 여기서는 세로로 배치한다.
옆으로 몇 걸음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제품비교가 가능토록 하기 위해서다. 단 몇 가지 예에 불과하지만 마케팅의 방법이 이 정도까지 발달하고 보면 이젠 소비자들에게 과소비자제나 이성적인 구매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소용없다는 말까지 나올 성싶다. <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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