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6단 대국 때 "배고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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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창호 6단이 배가 고프다.
지난해 2억 원을 벌어 프로기사 중 수입 1위를 기록한 이 6단이『배가 고프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그 사연은 이렇다.
도전 기는 통상 10∼13시간이 걸린다. 제한시간은 각 5시간이지만 점심시간 1시간에 매판 초읽기에 몰리기 때문에 평균 12시간이 걸린다. 대국개시는 오전10시. 점심 후 오후 2시에 속개되면 밤10∼11시까지 휴식 없이 진행된다.
나이 18세, 1m70cm의 키에 60kg으로 한창 자라는 이6단은 오후7시쯤 되면 배가 고파 오지만 이때부터 바둑은 절정이라 한눈을 팔 수 없다. 한국기원 대국 규정에 저녁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 밖에 나가 식사할 수도 없다. 우유한잔이 배급되는데 그걸로는 기별이 안 간다.
지난해 이6단은 40국 정도의 도전 기를 치렀으니 40일은 저녁을 굶은 셈이다. 이6단은 소리 없이 견디고 있지만 부친에게만은『배가 고프다』고 말해 온 모양이다.
그래서 요즈음 한국기원도 이 문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정상태 사무국장은『꼭 이6단을 위해서가 아니라 프로기사의 건강을 위해 오후7시부터 30분간 휴식하는 안을 이사회에 상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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