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오락발작” 첫 발견/6세 어린이/게임중 쓰러져 간질증세 입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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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대만제 기계에 일 닌텐도사 소프트웨어 사용
전자오락게임중 불규칙하게 깜박이는 빛에 자극받아 「광과민성 간질」 발작을 일으키는 이른바 「닌텐도증후군」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국내에서도 처음 발견됐다.
26일 오전 11시30분쯤 서울 공항동 강모씨(35·상업)집에서 여섯살난 강씨의 외아들(유치원생)이 TV화면에 연결된 가정용 전자오락프로그램인 일본 닌텐도(임천당)사제품 「스트리트 파이터2」 게임을 하며 놀던중 갑자기 쓰러져 발작을 일으켰다.
강군은 『저 기계때문에 아무 것도 안보인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고 말했으며 눈과 입이 돌아가고 거품을 내뿜은 채 온몸이 경련을 일으키는 등 발작증세를 보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강씨는 아들의 발작이 5분쯤 계속되자 집근처 병원으로 옮겨 산소호흡기 등에 의한 응급조치를 받게 했으나 잠시 의식을 회복했던 강군이 구토와 함께 다시 발작을 시작하자 『간질증세인 것 같으니 큰 병원으로 옮겨라』는 병원측 충고에 따라 오후 1시30분쯤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겼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응급조치로 항경련제 정맥주사를 맞고 CT촬영·척수검사·흉부X­레이촬영 등 기본적인 검사를 마친 강군은 오후 4시쯤 일단 정상을 회복했지만 병원측은 『현재 뇌가 부어있는 상태로 가라앉기전 3∼4일동안은 계속 머리가 아플 것』이라고 말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과 오세욱교수(35)는 『실제 비디오를 보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갖는 「광자극유발 뇌파검사」를 27일 오전 10시쯤 실시할 예정인데 양성반응이 나타나면 여러가지 정황으로 미뤄 「닌텐도증후군」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씨는 1년6개월전 아들의 생일선물로 8만원짜리 대만제 오락기계를 사줘 아들이 주로 일본 닌텐도사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루 1∼2시간정도 전자오락게임을 해왔으며 최근 방학을 맞아 주로 집에서 하루 3시간정도 스트리트 파이터게임 등 TV와 연결된 오락게임을 해왔다고 말했다.
강씨는 『6개월전에도 집에서 전자오락게임을 하고 놀던 아들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며 온몸에 경련 발작을 일으켜 전화 다이얼을 가리키자 번호조사 식별하지 못했지만 그때는 곧 정상을 되찾았다』고 했다.
강군과 같은 전자오락기발작은 최근 미국·영국·프랑스 등 외국에서 잇따라 보고돼 물의를 크게 빚는 한편 오락기에 경고문 부착 의무화 등 조치가 강구되고 있다.
국내 의료계는 강군 이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여러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가정에서의 주의와 함께 제도적인 안전장치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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