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의장 대선 출정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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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오른쪽에서 둘째)이 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열린 대선 출마 선언식에서 농민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양복 윗옷을 벗어젖히고 자기 이름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주먹 쥔 손을 힘껏 들어올렸다. 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열린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대선 출정식 모습이다.

정 전 의장은 "대선 판이 (한나라당 승리로) 끝났다는 사람들을 부끄럽게 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결국 민주 진영이 승리할 것을 확신한다"고 기세를 올렸다.

그는 "한나라당이 무너지고 있다"며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한나라당과 범여권의 일대일 구도가 만들어지고 우리의 추격전이 시작되면 12월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의 출정식에는 열린우리당 의원과 탈당파, 통합민주당 소속 등 범여권 현역 의원 90명을 비롯 1000여 명이 참석했다. 경쟁자인 이해찬 전 총리도 들렀다. 세 과시엔 성공한 듯하다.

정 전 의장은 방송 앵커 출신답게 '중통령'과 '3중주의'라는 신조어를 대선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그는 중통령을 "중산층과 통하는 대통령, 중소기업과 통하는 대통령, 중용의 정치로 통합력을 발휘하는 대통령"으로 규정했다. '중'자가 세 번 들어가 3중주의라고 했다.

정 전 의장은 "과거의 제왕적 대통령 시대와 비교되는 개념으로서 '중통령'의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또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50% 대로 내려앉은 중산층 비율을 차기 정부 5년 내에 70%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의 대권 도전은 2002년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그는 당내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에게 큰 차이로 졌다. 이번에도 쉬운 상황이 아니다. 여론조사 결과는 범여권 내에서 대체적으로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 이어 2위권이다. 낮은 지지율의 횡보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과연 그가 손 전 지사와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등을 물리치고 범여권 후보 자리를 거머쥘 수 있을까.

출정식장에서 그는 경선 승리의 전략도 드러냈다.

"민주 진영의 정통성과 적통성을 갖고 있는 정동영으로 대선에서 승리하자"는 그의 발언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 대한 대응 기조를 보여 준다.

오랫동안 한나라당에서 활동했던 손 전 지사가 범여권의 대표 주자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이다. 정 전 의장이 직접 손 전 지사를 공격하지 않더라도 그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국민참여연대'의 역할을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국민참여연대는 '제2의 노사모'라 불릴 정도로 행동력과 조직력을 갖춘 결사체로 알려져 있다. 정동영 캠프의 한 관계자는 "연대 회원 대부분이 '어떻게 손학규가 범여권 후보가 될 수 있느냐'는 시각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친노(親노무현) 세력을 대표하는 이해찬 전 총리에게는 '노 대통령과의 거리 두기'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대통령이 독재와 독점과 독선의 3독으로 집권 말기 번번이 무너지거나 국민의 지지를 잃었다"거나 "이제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는 겸손하고 품격 있는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발언은 노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 한 자릿수 지지율을 올릴 방안이 있나.

"공정한 경선을 통해 정동영이 후보가 되면 비정상적인 한나라당 쏠림 구조도 시정될 것으로 기대한다."

- 장점이 뭔가.

"나는 평범한 월급쟁이 출신이다. 독재정권 대통령의 딸도 아니고 대기업의 정보를 이용해 수천 억원을 축적한 사업가도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꿈을 잘 안다."

- 경선 과정에서 노 대통령의 영향력을 어떻게 보나.

"노 대통령은 이번에 출마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경선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개입한다 해도 득이 안 된다."

김정욱 기자<jwkim@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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