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한 교육부 "문제는 청와대가 키워놓고 … 우리가 다 뒤집어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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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교육부총리와 황인철 대학지원국장은 평교수들이 성명을 냈다는 소식을 국회에서 들었다. 이들은 사학법과 로스쿨 법 처리 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오전부터 국회에 있었다. 소식을 전해 들은 김 부총리와 황 국장이 당혹스러워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공식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서명범 서명범 기획홍보관리관은 "(대학들이) 성명서 내는 것에 대해 교육부가 특별한 입장을 밝힐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 내부에서는 적지않은 우려를 하고 있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발단은 일부 사립대가 내신을 무력화한 데 있지 않으냐"며 억울해하기도 했다. 그는 "대학들이 2004년부터 올해 초까지 '내신 반영 비율을 높이겠다'고 약속한 것을 스스로 어겼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며 책임을 대학 측에 넘겼다.

교육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대학이 스스로 한 약속을 깼는데 보고만 있으란 말이냐"고 반문했다. 정부가 사립대에 가할 수 있는 제재 조치는 현실적으로 재정 지원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뿐 다른 게 없다는 설명도 나왔다. 그는 "정부가 쓸 수 있는 방법을 썼을 뿐인데 무엇을 근거로 교육부가 대학 자율을 깬다고 하느냐"고 말했다.

교육부에는 지난달 26일 노무현 대통령과 총장들의 토론회가 이번 사태를 걷잡을 수 없게 만든 촉매 역할을 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부 관계자는 "토론회 행사는 청와대가 주관했는데 교육부가 책임을 모두 뒤집어 쓰게 됐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학총장들을 불러 훈시하는 과정에서 김신일 부총리가 이를 방조한 결과가 초래된 데 대해 안타깝다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내신 비중 확대'라는 2008학년도 대입 원칙은 포기할 수 없다는 게 교육부의 다수 반응이었다. 입학처장협의회 등이 공식적으로 건의하거나 개별 대학이 내신 문제를 놓고 협의를 원할 경우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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