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찾아 한발씩 양보/3당,임시국회 합의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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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문민정부 모양새 신경 당론 급선회 민자/대여 공세로 위축된 당분위기 타개 민주/대선사범 “편파수사” 집중 부각 위기 탈출 겨냥 국민
160회 임시국회가 민자당의 갑작스런 태도변화로 오는 2월9일부터 문을 열게 됐다.
대선이후 김대중 전민주당대표의 정계은퇴선언과 정주영국민당대표에 대한 검찰수사 등으로 위축될대로 위축된 민주·국민당은 위기탈출 몸부림으로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물러나는 정부에 대한 대정부질문은 무의미하다」는 민자당의 국회소집무용론에 부닥쳐 흐지부지 돼왔다.
민자당으로서는 민주·국민당의 국회소집요구를 「정치공세만을 위한 구태의연한 발상」이라고 일축하면서 야당의 소집의지 자체에 의문을 표시해 온게 사실이다.
그러나 민주·국민당이 25일 오후 소속의원 1백31명의 명의로 28일부터 30일간 임시국회를 열자는 소집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하려하자 민자당은 느닷없이 이를 수용해버렸다.
25일 오전까지만 해도 새 정부의 국무총리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해 2월25일 하루 국회를 열자는 입장이었던 민자당이 태도를 바꾼 것은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파행국회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야겠다는 상황인식에 따른 것이다.
임시국회가 소집될 경우 민자당의원들도 국회개회식에 참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후부터 계속될 국회의 공전모습은 「신한국」을 보여주겠다던 김영삼 차기대통령의 슬로건을 출범전부터 「구태」로 오염케할 우려가 있다.
여기에다 민주·국민당은 민자당이 불참하면 참여를 요구하는 시위를 계속 벌이고 매일 의원총회를 열어 대여공세를 펼 것이다.
민자당은 이와 같은 소모전으로 흠집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특히 민자당으로서는 대통령취임식 직후 총리임명동의안처리를 위해 임시국회소집이 불가피한데 야당만의 임시국회에 계속 불참하다가 뒤늦게 하루만 참석하는게 모양이 좋지 않을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해 김용태민자당총무는 김 차기대통령과 김종필대표에게 보고해 소집쪽으로 물꼬를 좁혔다.
민주당으로서도 야당만의 국회보다는 민자당을 참여시켜 대여공세를 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국민당은 이달말로 예상되는 검찰의 정주영대표 기소이전에 국회를 열어 정치적 압력을 가하려 했으나 민주당마저 민자당의 제의에 동의해버리자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3당의 임시국회에 임하는 자세는 각각이다.
민자당은 민주·국민당의 국회소집 요구가 끈질기기는 하지만 복잡한 당내 사정들때문에 효과적인 대정부,대여공세를 펼칠 수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특히 임시국회가 소집되더라도 보름후면 물러날 정부를 상대로 공세를 펼쳐봐야 별다른 효과도 없으며 차기정부가 맞을 매를 대신 맞는 것이 나쁠 게 없다는 계산이다.
김 차기대통령으로서는 거꾸로 임시국회에서 나온 개혁논의를 디딤돌삼아 개혁추진의 기폭제로 활용할 수도 있다.
여기에 임시국회를 잘만 운영하면 새로운 국회상을 보여줄 수 있고 이것이 김 차기대통령의 통치에 보탬이 된다는 기대까지 안고 있다.
이기택 민주당대표는 『중소기업 도산과 물가고 등 민생문제를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정부에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주문과 경고를 전달하는 것이 국회소집의 본질적 의미』라고 말하고 있다.
민주당은 특히 대선과정중 민자당의 「용공음해」 부분을 선거풍토의 개선차원에서라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으며 ▲중소기업대책 ▲우루과이라운드 타결때의 쌀수입 개방문제 ▲부산기관장모임 진상규명 ▲우암아파트 붕괴사고에 따른 책임추궁 등을 의제로 상정해놓고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차기정부에 대한 공세의 주도권회복과 함께 당원경쟁을 둘러싼 내부 분열을 외부로 돌려보자는 계산도 깔고 있다.
국민당은 이와 함께 대선사범에 대한 편파수사문제,특히 정 대표에 대한 조사와 유갑종·김재영지구당위원장 구속문제를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즉 대선사범수사의 편파성을 지적함으로써 정 대표 등 국민당에 쏠린 검찰과 사법부의 그물을 정치권의 압력으로 벗어나 보겠다는 속셈이다.
이런 3당의 동상이몽속에 민자당은 『대정부질문은 별 실효성이 없으며 중소기업회생대책 등에 대한 국회차원의 합의를 도출해보자』(김용태총무)는 식의 「토의」 차원에 의미를 부여하려 하고 있다. 민주·국민당으로서는 복잡한 내부사정과 3,4월의 전당대회 준비에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대여공세를 펼치기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중앙통제력이 약화된 탓에 돌출성 과격발언 내지는 선명경쟁을 펼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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