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금리도 떨어져야 성공/1·26 금리인하조치 어떤 효과 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통화 신축성있게 조절해야 「저금리」 정착/안정기조 해칠 우려… 정책일관성이 열쇠
지루하던 금리 논쟁이 규제금리 인하로 일단락됐다.
이번 금리 인하는 그간 저성장으로의 급감속 전환 과정에서 금융비용부담을 힘겨워하던 기업들에 일단 숨통을 터주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4·4분기가 겨우 2%대의 성장을 기록했을 뿐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터에 「금리의 금리」라고 할 수 있는 중앙은행 재할금리부터 내려 규제금리 인하를 이끌어냄으로써 투자심리 회복이나 경기의 재도약을 꾀한다는 매우 원론적인 처방을 쓴 것이다.
그러나 논란 끝에 결론이 난 이같은 처방이 성공하느냐 여부는 정작 이제부터의 정책 집행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규제금리 인하를 뒷받침하는 실세금리 인하정책이 뒤따르지 않는한 이번 금리 인하의 효과는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실세금리의 인하정책이란 바로 통화량의 수위를 어떻게 조절해 나갈 것이냐의 문제로 직결된다.
그림에서 보듯 실세금리가 충분히 떨어질만큼 통화정책을 유연하게 이끌어간다면 이번 규제금리 인하는 당국 의도대로 저금리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되어 결국 금리자유화라는 최종 목표에 다가서는 호순환을 그릴 수 있다.
그러나 통화를 늘리는데 한계가 있어 실세금리가 규제금리에 접근하지 못하고 만다면 우리 경제의 만성적 고질인 금융구조의 왜곡만 더 심해져 결국 경제체질 개선이 더 멀어지고마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고 만다.
규제금리는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의결로 내릴 수 있지만 실세금리는 통화량을 늘리거나 자금수요를 줄이는 방법으로만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벌어진 금리논쟁 본질도 바로 성장 감속의 대가를 치르고 얻어낸 실세금리 하락의 여력을 「규제금리 인하」로 연결시키느냐,아니면 「금리자유화」로 밀고 나가느냐에 있었다.
어쨌든 규제금리 인하로 결론이 난 마당에 다시 한번 정책 당국이 되새겨야 할 것은 「정책의 일관성」문제다.
그간 서로의 주장과 입장이 어떻게 상충되었던 간에 이왕 방향을 잡았으면 최소한 한번 결정된 정책이 악순환의 고리에 물려들어가는 일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그간 금리인하를 주장해온 측부터가 이번 금리인하를 두고 『안정기조를 수정하자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하고 있다든가,한은이 금리인하 하루전인 25일의 확대연석회의에서 안정기조 유지를 거듭 강조하고 나선 것 등은 이번 금리인하 정책의 장래에 대한 시계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금리가 내려가도록 해야 한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제는 어떻게 금리를 내리느냐하는 방법의 차이고,이제 규제금리의 인하로부터 시동을 걸기로 방향을 잡았으면 가능한한 호순환의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을 지켜야 하고 기업은 금리인하의 호기를 생산적으로 활용해야만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이번 금리인하는 기업에 대한 일회성의 「보조금 지급」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김수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