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은 마라톤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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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책 만드는 것이 꼭 마라톤 같습니다."

'마라톤을 사랑하는 출판인 모임'은 지난해 12월 29일에도 어김없이 모였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고통을 감내하고 나면 책 한 권을 만들었을 때의 희열이 그대로 느껴진다는 출판사 사장 15명이다. 필자를 섭외하고, 글을 바루고, 책 꼴이 아름답도록 편집하고, 제본과 표지라는 옷까지 입혀 시장에 내놓는 '출판'이란 과정은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이 보태져야 하는 달리기와 닮았다고 한다.

2003년은 유독 출판계 불황이 심했던 한해였다. 멈추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런 때일수록 함께 뛰던 마음으로 서로를 다잡았다. 직원 10~30명의 중소기업이지만 지식계를 짊어진다는 사명감으로 뭉친 이들은 "책에 대한 존경심을 갖자"고 다짐하며 뛴다고 한다. 책을 존경하자는 것은 자신들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갖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들이 달리기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 10일. 홍익 출판사 이승용 사장이 발의해 동호인 모임, 마라톤 대회 참가 경력이 있는 사장들이 매주 월.목요일 모여 뛰기 시작했다.

장소는 서울 월드컵 경기장 하늘공원. 의욕도 당차다. 지금은 한바퀴 5.8km인 하늘공원 두세 바퀴 도는 것으로 그치지만, 내년 봄부터 하프 마라톤, 2005년 하반기부터는 풀코스에 도전하려고 한다.

그뿐 아니다. 마라톤과 독서 캠페인을 병행해 볼 생각이란다.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책을 나눠주는 방법 등으로 독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겠다는 계획이다. 출판사 사장 뿐 아니라 편집자.영업자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해 출판인들의 친목을 도모해 보겠다고 한다.

달리면서 각각의 꿈도 다져본다. 사계절 강맑실 사장은 "우리 출판사 최고의 프로젝트인 '한국생활사박물관'을 완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병자리 유희남 사장은 "물로 통증을 완화한다고 주장하는 이란 출신 의사의 책을 낸다. 현대의학의 과다 치료 행태에 일침을 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열심히 뛰는 이들이여 꿈을 이루길.

홍수현 기자 <shinna@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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