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교과서로영어따라잡기] ①미국 교과서와 영어학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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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주부 박모(40)씨는 최근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를 구입했다. 미국 초등학교 3학년이 사용하는 독해(Reading) 교과서로, 새로 등록한 영어학원 교재이기 때문이다. 대학생이 되어서야 원서를 처음 본 자신과 비교해 보니 격세지감이다. 800쪽이 넘는 만만치 않은 분량에 대학을 졸업한 박씨의 눈에도 낯선 단어들이 부지기수다. 쉽지 않아 보이는 이 교과서가 과연 우리 아이 수준에 맞는 건지 박씨로선 의문이 든다.

 #2 영어교육에 관심이 많은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 김모(35·여)씨. 지난달 1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영어교육 세미나에 참가했다. ‘집에서 미국 교과서로 영어학습을 하는 방법’이 주제였다. 주최 측에서 발간한 미국 교과서가 국내 판매 100만 부를 돌파한 것을 기념해 마련된 행사란다. 어느덧 미국 교과서가 밀리언셀러가 되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미국 교과서를 교재로 활용하는 영어학습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일부 유학 준비생 중심으로 사용되던 미국 교과서가 영어 조기교육 열풍과 더불어 일반적인 영어 교재로 위상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파닉스(Phonics·단어를 보고 발음을 익히는 학습과정) 단계에서 고급단계까지 학원과 가정을 다양하게 파고들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 미국 교과서가 영어학습 교재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를 살펴보자.

 ◆초·중학생의 영어실력 향상=상위권 초·중학생의 영어실력이 과거보다 향상돼 보다 높은 차원의 영어교육 수요가 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매년 1만 명 이상의 학생이 조기유학을 마치고 귀국하고 있고, 그중 60%가 초등학생이다.

영어권 국가에서의 조기유학 경험을 바탕으로 단순하게 영어를 듣고 말하는 차원 이상의 공부 수준에 도달한 학생이 많아지면서 국내 일반 영어 교재보다 더 높은 수준의 교재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정제된 지식 제공=교과서는 가장 정제된 지식을 담고 있다. 교과서는 학교현장에 사용되기까지 까다로운 기준과 복잡한 검증절차를 거친다. 그만큼 많은 개발비와 시간을 투자해 제작되는 것이다. 이렇게 가장 엄선된 내용을, 가장 정제된 언어로 표현하는 만큼 다른 학습서에 비해 품질이 월등하다고 볼 수 있다.

 토플과 각종 영어 경시대회 등에서 다루는 주제들은 교과지식을 바탕으로 한다. 따라서 교과서에서 다루는 내용과 연관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미국 교과서를 사용하면 언어학습과 더불어 교과지식도 쌓고 그 결과 효과적으로 시험 준비까지 가능하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독해 실력 향상=‘리더(Reader)가 리더(Leader)’ 라는 말 그대로 ‘읽기’는 중요하다. 또 글로벌 시대를 맞아 전 세계 지식의 80%가 영어로 축적되고 있다고 한다. 일반 학습서가 아닌 영어 원서로 자신의 수준에 맞게 읽는 습관을 어려서부터 형성하면 향후 영어로 된 최신 지식을 습득할 때 큰 도움이 된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미국 교과서 활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실제 학습에는 지도가 필요한 만큼 활용에 제한적이고, 아이들의 가치관과 세계관 형성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국내에서 유통되는 미국 교과서는 세계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졌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글로벌시대라는 관점에서도 미국 교과서는 자녀의 영어학습을 위해 한번은 고려해야 할 소재라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지도방법 개선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김선일 중앙일보에듀라인·세종어학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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