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원폭투하 어쩔 수 없었다" 발언한 규마 日 방위상 사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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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전쟁 말기 미국의 히로시마·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를 어쩔 수 없었다고 평가하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규마 후미오(久間章生) 일본 방위상이 3일 사임했다.

규마 방위상은 이날 총리 관저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만나 사임할 뜻을 전했으며 아베 총리는 이를 수락했다고 아사히 신문을 비롯한 일본 언론 인터넷판이 전했다.

이에 앞서 2일 아베 총리는 규마 방위상을 관저로 불러 발언에 신중을 기할 것을 요구하며 엄중 주의를 주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면담 뒤 기자들과 만나 "일본은 유일한 (원폭) 피폭국이며,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 나가사키·히로시마 피폭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는 안되는 만큼 오해를 야기하는 발언은 삼가달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규마 방위상은 "특히 피폭지, 피폭자 여러분에게 대단히 죄송하다고 생각한다"며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한다"고 답했다.

이날 나가사키(長崎)의 피폭자 및 노동, 평화운동 단체 소속 회원과 시민 등 100여명은 비가 오는 가운데에서도 나가사키시 평화공원에 모여 규마 방위상의 퇴진을 요구하는 연좌 농성을 벌였다. 나가사키시 의회는 이날 규마 방위상의 발언을 비판하고 철회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규마 방위상은 지난달 30일 한 대학 강연에서 미국이 태평양 전쟁 막바지 단계에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을 투하한 데 대해 "미국이 소련의 일본 점령을 막기 위해 원폭을 떨어뜨렸으며 그것으로 전쟁이 끝났다. 지금와서 보면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직 각료가 원폭투하를 긍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야당은 물론 해당 지역, 원폭피해자단체 등이 일제히 들고 일어나 파면을 요구하는 등 비난이 거세졌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바닥권인 아베 정권의 지지율이 더욱 떨어지기도 했다.

규마 방위상은 피폭지인 나가사키가 지역구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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