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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원정경기 20연패 수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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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한국프로복싱은 미국 무대에만 나서면 솜방망이가 돼 무수히 얻어맞고 무너진다. 송기연(덕흥체)이 20일 미국 아이다호주 보이 시에서 벌어진 WBA미들급 세계타이틀매치에서 챔피언 레지 존슨(미국)에게 8회 TKO패했다. 이로써 한국프로복싱은 미국원정 20연패의 수모를 안게 됐다.
지난 67년 서강일이 로스앤젤레스에서 WBA주니어라이트급 챔피언 로하스에게 도전했다가 판정패, 실패의 첫 스타트를 끊은 이래 송의 KO패까지 한국은 25년 동안 WBA·WBC 세계타이틀매치에서 단 한차례도 승리를 낚지 못했다(한국이 탈퇴한 IBF에선 박종팔이 86년 LA에서 비니 커토를 L회 KO로 제압, 슈퍼미들급 타이틀을 지켰었다).
또 홍수환이 강타자 사모라(멕시코)에게 KO패, WBA밴텀급타이틀을 상실한 것도 75년LA에서 이었고 비운의 복서 김득구가 맨시니(미국)와의 WBA라이트급 타이틀매치에서 목숨을 잃은 곳도 역시 82년 미국 라스베가스였다.
정녕 복싱의 본바닥으로 일컬어지는 미국의 링은 한국복서들에겐「무덤의 사각」인가.
참패의 첫째 원인은 뭐니뭐니해도 월등한 실력 차로 20패 중 11번이 KO패.
사모라·맨시니 외에도 프라이어·허니건·브릴랜드·차베스 등 상대가 낯익은 이름의 강타자들인 반면 한국 측은 다소 지명도가 떨어지는 도전자가 대부분이어서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이기도하다.
20차례의 미국원정 경기 중 홍수환과 김태식(WBA플라이급)만이 방어전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도전케이스.
전 WBC슈퍼플라이급 챔피언인 김철호 카멜 체육관 관장은『한국선수가 미국 원정경기에서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것은 미국선수가 한국에 와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미국 도전자도 한국에선 1승6패로 질대 열세를 면치 못했다며 방어전의 경우 비교적 손쉬운 상대를 고르기 때문에 실력 차가 날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문성길(WBA슈퍼플라이급 챔피언)이나 박영균(WBA페더급챔피언) 같은 강타자들이 미국원정에 나선다면 결과는 달라졌으리라는 이야기다.
또 미국원정경기 연패의 이면에는 영세한 한국프로복싱 계의 살림규모도 한몫하고 있다.
「시간의 시차가 존재하는 LA등으로 날아가 강타자들을 상대로 게임을 벌이자면 충분한 시차적응으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함에도 불구, 체재비를 줄이고자 고작 1주일이나 기껏해야 열흘을 앞두고 출국, 완전치 못한 몸으로 링에 오른다는 것이다.
복싱 인들은 미국 같은 경우 적어도 3주전에는 현지에 도착, 컨디션조절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유야 어쨌든 25년 동안 20연패는 변명이전에 대책마련을 시급히 요구하는 수모가 아닐 수 없다. <유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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