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쾌청 여자는 구름|국내 첫 제주 하프마라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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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제주=신동재 기자】『남자는 쾌청, 여자는 흐림. 지난 꼬일 하프마라톤대회가 내린 한국마라톤의 결론이다.
이날 제주에서 벌어진 황영조 올림픽제패기념 제5회 전국실업단대항 하프마라톤대회(21·0975km)에서 남자는 김재룡(27·한전)이 치열한 선두다툼 끝에 1시간3분37초를 마크, 라이벌 김완기(25·코오롱)를 12초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또 여자는 신예 정영임(19·코오롱)이 막판까지 숨막히는 접전 끝에 여고생 곽혜순(목포제일여고3 년·논노 입단예정)을 1초 차로 따돌리고 1시간16분46초로 우승테이프를 끊었다.
이날 남자의 기록은 눈보라와 비바람이 몰아친 악천후 속에서 치른 것을 감안할 때 상당한 수준의 기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
특히 오래 전부터 하프마라톤대회가 활성화된 마라톤 강국 일본의 최고기록도 이날 김재룡의 우승기록과 비슷한 점을 감안할 때 한국마라톤은 남자에 관한 한 세계정상 급이라 볼 수 있다는 게 정봉수(코오롱)감독의 설명이다
이날 남자부는 황영조만 발바닥 부상으로 결장했을 뿐 40여명의 간판 급의 철각들이 모두 출전해 초반부터 순위가 아닌 기록경쟁을 치열하게 전개, 김완기 김근남(조폐공사), 김원탁 (세모), 백승도(한전), 이창우(코오릉)등 이 양보 없는 필사의 레이스를 펼쳤다.
한전의 주형결 감독은『김재룡의 우승기록은 풀 코스로 환산할 경우 대략 2시간8∼9분대에 해당된다』면서『한국의 간판선수4∼5명은 어느 국제대회에서도 우승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여자부는 이미옥의 은퇴 후 대규모 세대교체가 단행된 가운데 이들 영 파워들이 서로 물고 물리는 춘추전국시대의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우승한 정영임을 비롯해, 2-6위까지의 곽혜순 김경희(대동은행), 윤선숙(신일금고), 강순덕(수자원공사), 황금련(코오롱)등 톱 랭커 6명이 모두 고교를 졸업한지 1∼2년 안팎의 어린 선수들이다.
따라서 이들이 한국여자마라톤의 숙원인 2시간30분대 돌파 때까지 성장하려면 적어도 2∼3년은 걸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현재 일본·중국·북한 등의 여자마라톤은 2시간27분대를 마크하고 있는데 한국은 김미경이 지난 87년 세운 2시간32분40초의 기록이 6년째 난공불락의 요새로 남아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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