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협동심 함께 만들어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레디 고.』
연출자의 되풀이되는 재 촬영 지시에 따라 영하의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침 쏟아지는 영동지방의 폭설 속에 눈밭에서 쉴새 없이 환경노래를 열창하며 뒹구는 어린이 배우들의 모습은 천진스럽기만 하다.
지난 16일까지 3박4일 동안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횡계2리 6백만 평에 드넓게 펼쳐진 삼양 대관령목장예서는 서울YMCA「건전 비디오 문화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주최로 이색 어린이 캠프인「영화 만들기 캠프」가 열렸다. 서울YMCA가 주최하는「어린이 영화 만들기 캠프」는 지난여름에 이어 이번이 2회 째로 영상시대를 사는 어린이들에게 영화제작을 통해 창의성과 협동심을 길러 주고 자율적 사고능력을 키워 주기 위해 실험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어린이 캠프다.
캠프참가 어린이가 많을 경우 자칫 주입식으로 흐르기 쉽기 때문에「소규모 캠프」원칙을 지켜 이번 캠프에도 초등학교학생 30명만 참가하고 있다는 것이「영화 만들기 캠프」의 진행책임자 이승정씨(건전 비디오문화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간사)의 설명이다.
30명의 어린이들이 5개조로 나뉘어 조별로 제작한 영화내용은 환경노래「내가 살고 싶은 곳」을 담은 뮤직비디오, 대관령의 아름다운 자연을 구석구석 찍은 다큐멘터리 형식의『겨울이야기』,눈사람을 의인화해 눈사람과 사람의 대화내용을 담은『눈사람과 사람』, 친구들의 도움으로 실명의 어려움을 극복한다는 휴먼스토리『눈과 눈 그리고 또 하나의 눈』등 다양하다.
이번 캠프에 참가해 5조가 만든『눈과 눈 그리고 또 하나의 눈』의 연출을 맡은 김태윤 군(12·서울 원촌 국교 5년)은『평소에 영화를 보면 저런 장면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궁금한 점이 많아「영화 만들기 캠프」에 참가하게 됐다』며『무거운 카메라도 들어야 하고 힘이 많이 들었지만 서로 협동하지 않으면 영화제작이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고 첫 연출 소감을 밝혔다.
어린이들이 영화를 찍는 작업을 도와주는 지도교사로 참가한 서울YMCA 영화클럽「돋움」회원 정용욱 군(24·서울대 3년)은『어린이들이 콘티를 짜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에서 처음에는「나 홀로 집에」같은 유명영화나 TV에서 본 내용을 흉내내려는 경향이 강했으나 이내 아이디어를 다양하게 내 콘티를 쉽게 짤 수 있었다』며「영화 만들기 캠프」가 어린이들의 창의성을 길러 주는 교육효과가 높다고 강조한다.
이윽고 서로 만든 영화를 감상하고 느낀 점을 상호 교환하는 시사회 시간이 되자, 내용이 어설프고 편집도 거칠며 대사가 부분적으로 잘 안 들리기도 하지만 어린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작품을 신기한 듯 감상한 뒤 서로 격려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애써 찍은 장면들이 잘려 나간 것을 보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부모님의 지나친 간섭 등 자신들의 불만을 영상으로 옮긴 1조의 작품『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시사회 중에는『우리 입장만 이야기한 것 같다』며 반성하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YMCA는 이번 캠프에서 어린이들이 만든 작품들을 추가 편집, 이 달말 참가 어린이의 부모들을 초청한 가운데 열릴 공개시사회에서 다시 상영할 예정이다. 또「어린이 영상모임」을 만들어 한 달에 한번씩 좋은 영화도 보고, 실제 광고 등을 찍는 것도 견학하면서 어린이들의 영상언어에 대한 이해 도를 높여 줄 계획도 가지고 있다. 【평창군 삼양목장=고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