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 종교 지도자 첫 합동 성지순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한국 7대 종교 대표자들이 2일부터 이틀간 각 종교 성지를 합동으로 순례한다. 참가자들이 2일 경북 성주군 초정면 원불교 성주성지 대각전에서 예를 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창영 공동대표, 천도교 김동환 교령, 천주교 주교회의 종교 간 대화위원장 김희중 주교, 원불교 이성택 교정원장,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 성균관 최근덕 관장, 민족종교협의회 한양원 회장.[성주=송봉근 기자]

불교.기독교.천주교.원불교.성균관.천도교.민족종교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같은 버스를 타고 함께 숙식하며 1박2일의 일정으로 서로의 성지를 찾았다. 7대 종교 대표자들이 다른 종교의 성지를 합동으로 순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이하 종지협) 소속으로 2일부터 3일까지 성지 순례에 나선 대표자들은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 천주교 주교회의 종교 간 대화위원장 김희중 주교, 원불교 이성택 교정원장, 성균관 최근덕 관장, 천도교 김동환 교령, 민족종교협의회 한양원 회장.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대표 회장인 이용규 목사의 해외 출장으로 공동 대표 중 한 명인 한창영 목사가 참석했다.

2일 오전 대구 계산성당. 첫 합동 순례지다. 종교 지도자들은 성당 안의 가톨릭 유물전시관을 찾았다. 이재수 주임 신부는 "1920년대 사용했던 성당 촛대와 십자가, 나무로 만든 성모 마리아상 등 한국 가톨릭의 역사가 담긴 곳"이라고 설명했다. 종지협 대표자들은 미사를 올리는 성당 내부도 직접 찾았다. 또 김보록 로베르 초대 본당 신부의 동산에 작은 소나무를 기념식수했다.

이날 점심식사 자리에서 종지협 공동 대표 의장인 지관 스님은 "대구와 경북 지역은 7대 종교 성지가 몰린 곳으로 각 종교가 모여 성지를 참배하는 이 시간이 무척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가톨릭 대구 교구장인 최영수 대주교는 "종교의 일체를 이루기 위해 각 종교 지도자가 모였다는 게 큰 의미가 있다"고 답했다.

버스로 한 시간 가까이 달린 뒤 경북 성주의 원불교 성지를 찾았다. 제2대 종법사 정산 송규 종사(1900~62)의 초가집 생가다. 종지협 대표자들은 신발을 벗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벽에는 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 대종사와 정산 종사의 사진이 있었다. 옆에는 '동원도리(同源道理), 동기연계(同氣連契), 동척사업(同拓事業)'이란 글귀도 걸려 있었다. "무슨 뜻이냐?"는 물음에 원불교 이성택 교정원장은 "모든 종교의 근원은 같다. 일체 생명들이 한 기운으로 연결된 식구다. 모든 인류가 한 일꾼이란 뜻"이라고 설명했다. 주역에 능한 민족종교협의회 한양원 회장은 "풍수를 보니 그런 어른이 나실 만한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가에서 1㎞가량 떨어진 구도지 '대각전'으로 가 담소를 나눴다.

일행은 다시 청도 운문사로 향했다. 운문사는 국내에서 제일 큰 비구니 교육도량이다. 전국비구니회 회장 명성(운문사 회주) 스님은 "운문사는 신라 원광 법사가 화랑에게 세속오계를 내린 곳이자, 일연이 삼국유사를 쓴 곳"이라고 말했다. 대웅전에서 종교 대표자들은 부처를 향해 삼배를 올렸다. 다만 한기총 한창영 공동회장은 절을 하지 않고 "절 대신 마음으로 기도했다"고 했다. 가톨릭 김희중 주교는 "가톨릭대학 교수 시절, 신학생들을 데리고 운문사에 들른 적이 있다. 그때 불교와 가톨릭의 수행이 참 많이 닮았단 생각을 했다. 감회가 새롭다"고 밝혔다.

3일에는 경주 용담정(천도교), 경주 향교(성균관), 경북 영천 자천교회(기독교) 등을 순례할 예정이다.

대구=백성호 기자<vangogh@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