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쏜 단거리 미사일 남한 공격 위해 개발된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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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웰 벨(사진) 주한미군사령관은 2일 "북한이 지난달 '성능이 개량된(advanced)'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벨 사령관은 이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은 한국군과 한국 국민을 공격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라고 했다. 주한미군사령관이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공격'이라는 군사적인 용어를 사용하며 직접 논평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북한군이 최근 미사일 발사(두 달간 3회)를 할 때마다 우리 국방부가 "통상적 군사훈련"이라고 과소평가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성공한 것인가.

"북한의 신형 단거리 미사일이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현대화된 무기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신속한 발사와 이동이 가능하다.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의) 사거리가 늘어나 서울 이남의 도시를 공격 거리에 두게 될 것이다.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대표단의 방북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시험발사를 계속하고 있다. 광범위한 위협이다."

-단거리 미사일의 연료가 고체라고 했는데 정확도는 어느 정도인가.

"북한의 첨단기술을 나타내는 것이다. 구형 프로그(FROG-5 또는 7) 로켓보다 개량되고 현대화돼 위협적인 것이다. (다른 나라로) 확산되는 문제도 수반할 수 있다. 성공적인 시험발사였다."

벨 사령관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위협을 6자회담과 연관시켜 경고했다. 북한이 고도의 '미사일 정치학' 을 추구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북한은 6자회담에 따라 핵시설 폐쇄를 하겠다고 약속한 다음 단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해왔다.

국책 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정치학은 국제사회의 봉쇄를 뚫고 탈출구를 찾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핵개발이 6자회담에 의해 막히고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은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에 의해 차단된 데 따른 조치라는 분석이다.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을 남한과 주한미군을 위협하는 새로운 카드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북한의 이런 전략은 지난달 27일 발사한 KN-02 미사일이 갖는 특성 때문이다. 이 단거리 미사일은 옛 소련이 개발한 탄도미사일 SS-21의 개조형이라고 정보 당국은 판단한다.

SS-21은 옛 소련 탄도미사일 가운데 보기 드물게 고체연료를 사용한다.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미사일은 발사 전 연료 주입 등 복잡한 과정과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고체연료 미사일은 장착과 동시에 곧바로 발사할 수 있다.

특히 이 미사일은 사거리가 120~140㎞로 추정된다. 이동발사 차량에 실어 밤새 휴전선 부근으로 이동해 쏘면 평택 미군기지와 오산 공군기지, 한국군 3군사령부 등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현재 북한이 보유한 장사정포와 프로그 로켓은 평택.오산에 닿지 않고 스커드 등 탄도미사일은 사거리가 길어 그 지역을 아예 지나간다.

또 한반도 바깥의 미군기지에 도달하는 미사일은 미국의 MD에 의해 요격된다. 따라서 북한은 주한미군 허브 지역을 공격할 새로운 수단으로 단거리 미사일에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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