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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성공적으로 위기 극복” 저성장 속 미국 의존도 높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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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997년 7월 2일 태국 바트화 폭락으로 시작된 아시아 외환위기가 꼭 10년을 맞았다. 금리와 환율이 몇 배로 치솟고, 달러가 부족해 우량 기업을 헐값에 팔아치워야 했던 고통스러운 기억이 당시 아시아인들의 가슴엔 공통 분모로 남아 있다. 그후 10년이 흐른 2007년 7월, 한국과 아시아 국가는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데이비드 버튼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은 “아시아 국가는 이제 세계경제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고통스러운 터널을 빠져 나오면서 아시아 국가들은 과연 아무 문제 없이 좋은 성과만 낸 것일까. 파이낸셜 타임스(FT)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2일 “외환위기를 겪은 아시아 국가들이 얻은 잘못된 교훈이 지역 경제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외환보유액을 지나치게 많이 쌓은 데다 미국 의존도도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통화위기 이후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지상과제는 ‘외환보유액 늘리기’였다. 달러가 모자라 발생한 위기인 만큼 ‘충분한 외화 보유’가 정책 1순위인 것은 당연했다. 위기를 옆에서 지켜본 중국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97년 초 2000억 달러던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현재 1조2000억 달러에 달한다. 97년 400억 달러 수준이던 태국도 현재 700억 달러가 넘는다. 한국도 2500억 달러 수준이다.

 FT는 “현재 이들 국가의 외환보유액은 지나치게 많다”고 평가했다. 과도한 외환 보유는 그 자체로 비용 부담을 늘리는 데다 세계 금융시장의 자금 순환과 통화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외환 보유를 위한 수출 중심 정책은 국제무역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대미 의존도를 높인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지역 경제의 축인 중국에서 만든 물건 상당수가 미국으로 수출되는 것을 고려하면 아시아 경제의 미국에 대한 의존도는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것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 경제가 침체할 경우 아시아 국가들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외환위기의 여파는 이뿐이 아니다. 뉴욕 타임스(NYT)는 최근 “1990∼96년과 비교했을 때 2000∼2006년 성장률이 평균 2.5%포인트 낮다”며 “이런 상대적인 저성장은 외환위기 이후 정부와 기업이 투자에 대한 경계심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외환위기의 영향이 오래전 사라진 듯하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여전히 아시아 경제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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