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 높아가는 바그다드시민/계속된 이라크 공격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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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후세인 식량배급 앞당겨 “장기전 대비”/클린턴 “대이라크 강경책 불변”/이스라엘,공습 착각 대피소동/이라크장관은 “미와 협상 태세”
미국 및 연합군은 17일 미사일공격에 이어 12시간만인 18일 전격적으로 이라크에 3차공격을 가했다. 아랍국들이 잇단 대이라크 공격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러시아 등 당초 대이라크 공격을 지지했던 국가들조차 반대로 돌아섰다. 한편 이라크는 1백여명에 이르는 인명피해와 각종 시설의 파괴에도 불구,오히려 「지하드」(성전)라는 이름으로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이라크 남부와 북부비행금지구역에 대한 연합군의 3차공습이 실시된 18일 바그다드 주민들은 전날밤 단행된 미사일 공격에 분노했다.
바그다드 시민들은 이날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이웃에 달려가 울부짖으며 부시대통령을 비난했다. 이웃집의 70세 노인이 미사일 공격으로 죽음을 당했다는 포우지살만 알 반다르는 「부시를 죽이라」며 소리치기도 했다.
○…한편 미사일 공격당시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알 라시드호텔에서는 군악대까지 동원된 가운데 이라크 국기를 덮은 관을 운반하는 운구행렬이 지나가는 장례행사가 치러졌다. 한 호텔 종업원은 『부시가 손에 피를 묻혔다』고 화난 목소리로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은 비행금지구역에 관한 서방과의 대결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18일 식품배급량을 늘릴 것을 명령.
이에 따라 『1개월당 밀가루는 8㎏에서 9㎏으로,쌀은 1.25㎏에서 1.75㎏으로,설탕은 1.25㎏에서 1.5㎏으로,식용유는 1백25g에서 5백g으로 각각 늘려 배급될 것』이라고 바그다드 방송이 보도했다.
○…이라크는 18일 연합군 3차 공격이 단행된후 미국이 유엔안보리의 승인을 받지 않은채 이라크 공격을 자행했다고 비난하면서 유엔안보리는 이라크의 주권을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타리크 아지즈 이라크 부총리는 이날 관영 INA통신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의 침략에 앞서 유엔안보리가 어떠한 회의도 개최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미·영·프랑스 3개국은 이라크 남부 및 북부의 「비행금지구역」이 유엔결의의 뒷받침을 받는 것으로 묘사함으로써 세계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하메드 유세프 후마디 이라크공보장관은 『2차공습의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자리에서 미 정부와 연합국은 외교적·정치적 해결을 추구해야 한다』며 『이라크는 현 미 행정부와 협상할 태세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 군사전문가들은 2년만에 재개된 이라크에 대한 미국측의 연쇄공격이 종래의 전술·전략과는 판이하게 다른 형태로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 이들은 걸프전 정전에 관한 유엔결의안 위반 때문에 다시 불이 붙은 미국측의 이번 이라크 공격은 걸프전때와는 달리 월남전처럼 시간이 갈수록 단계적으로 강화된 공습에 가까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에 의해 레바논 남부로 추방된 팔레스타인인들은 18일 연합군의 대이라크공격은 서방이 아랍과 이스라엘에 2중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며 강력히 비난.
팔레스타인인 추방자 4백13명의 대표인 압둘 아지즈 알란티시는 『미국과 연합군이 이라크에 한 짓은 사악한 만행』이라며 맹렬히 규탄.
○…이스라엘 북부의 주민수백명은 17일 밤 폭음소리에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이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착각하고 가스 마스크를 찾아 나서는 등 한바탕 소란을 벌였다고. 그러나 문제의 폭음은 레바논내 반군들이 발사한 카튜사 로킷이었음이 군대변인에 의해 밝혀졌으며 이 발포에서 피해는 없었다.
○…한편 빌 클린턴 차기 미 대통령은 20일 대통령직 취임이후에도 부시행정부의 대이라크 강경정책을 고수할 것이라고 선언.
클린턴 차기 대통령은 이날 3차공격 수시간후 조지타운대에서 외교사절에 행한 연설에서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20일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은 또 『후세인은 정권이양기에 있는 미국의 결의가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만 한다』고 밝히고 『후세인을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충실히 따르도록 하려는 국제사회의 행동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부시의 대통령직 퇴임을 앞둔 때문인지 극도의 긴장감과 개인적 서운함이 서로 엇갈리는 묘한 분위기.
부시는 지난 주말 캠프 데이비드 산장에서 기자들과 잡담하는 가운데 『대통령을 곧 그만두는 마당에 이런 일을 계속해야 한다니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으며 휴가를 마친뒤 18일 백악관으로 돌아와 『서운하다. 이번 휴가는 정말 좋았다』고 덧붙였다.<외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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