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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결제 품목 최소화 방침|정부추진 남-북 교역 대금결제방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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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남-북한이 물자교류에 따른 대금결제는 청산결제방식을 원칙으로 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청산결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통일원·재무부 등 정부당국과 금융기관 및 주요 기업들은 청산결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청산결제란 물품이 오갈 때마다 자금결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기간 거래한 뒤 양측이 지정한 은행(청산결제 은행)을 통해 수출입물품 거래대금을 청산하는 방식으로 외화 없이 우선 수출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점이다.
정부가 현재 경제공동위에 들고 나가기 위해 검토하고 있는 청산결제 대책은 대략 다음과 같다.
▲청산결제대상품목 범위=정부는 현재 청산결제대상 품목을 가능한 한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
남한 산업에 영향을 많이 미치거나 북한에서 전략적으로 이용될 여지가 많은 물품 등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청산결제방식으로 거래하고 나머지는 정상결제방법으로 거래하도록 하겠다는 뜻에서다 .
이미 민간기업들이 교역의 범위를 넓혀 가고 있는 마당에 청산결제대상 품목을 많이 늘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구 서독과 구 동독의 경우 교역할 때는 1백% 청산결제방법을 이용했었다.
▲청산결제의 주체=결제의 주체가 민간기업이냐, 아니면 정부 당국이냐 하는 문제다.
이 문제에 관해 남한정부는 당국간 결제이어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
정상적인 결제방법에 따른 거래는 민간기업들에 맡겨 두고 청산거래만큼은 남한정부와 북한정부간에 이뤄질 수 있도록 하자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북한은 기업들간의 청산결제방식으로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힐 가능성도 점쳐져 귀추가 주목된다.
▲청산결제은행 지정·청산결제 창구는 남북한이 합의해 정하도록 돼 있다.
남한정부는 관계부처간의 실무회의를 거쳐 한 두개 정도의 청산결제은행을 지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수출입은행·외환은행 등에서 낙 점할 공산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청산결제은행으로 지정 받기 위한 물밑움직임을 활발히 펴고 있다.
북한은행들과 미리 협력관계를 다지기 위해 북한주민접촉 신청을 내는 것 등은 그 좋은 예다.
▲청산결제에 따른 차익처리 문제=남-북 쌍방이 예컨대 1년 동안 교역한 양의 값어치가 서로 차이날 때 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문제다.
현재 정부는 남한에서 판 물품의 값어치가 북한에서 들여온 물품 값보다 많을 때 그 차액을 차관으로 북한에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과거 동·서독이 그랬던 것처럼 차액을 정한기간 내에 무이자로 갚게 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결제통화=불행하게도 현재 남북한은 화폐체계가 너무 다르다. 남쪽은 한가지 화폐체계를 갖고 있어 돈만 있으면 누구든지 어떤 물건을 살 수 있고 모든 서비스를 향유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 국내용 화폐와 외화와 교환이 가능한 화폐가 동시에 발행되고 있다.
때문에 남-북한은 제3국 화폐를 결제통화로 애용하거나 청산용 통화를 별도로 만드는 수밖에 없다.
동-서독은 과거 VE(청산단위)라는 청산용 통화를 별도로 만들어 사용했다. VE와 구 서독 마르크 사이의 환율은 양국정부가 수시로 협의하여 조정했다.
정부는 교역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갈 대까지는 제3국 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이용하고 그 다음 결제통화를 별도로 만들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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