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행정조직 개편방향/서울대 세미나요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기구축소보다 권력절제 더 긴요”/산업경쟁력 중시 연구개발·정보통신부 신설/국방·안기부 안보업무 통일원장관이 조정을
서울대 행정대학원 주최 「새정부의 행정조직 개편방향」심포지움(19일·서울대 호암관)에서 발표될 서울대 행정대교수 3명의 주제별 논문요지를 소개한다.
◇일반행정(박동서교수)=정부조직 개편의 기본원칙은 민주화·능률화이고 그중 민주화가 우선이다. 방법론적으로는 기존 기구를 줄이고 예산을 삭감하는 작은 정부(Small Government) 구현은 늘어나는 식의 정부업무에 비추어 볼때 사실상 어렵다. 따라서 정부기구의 권력남용을 최대한 억제,맘모스적 권력에 대한 불안감을 씻을 수 있도록 질적면에서의 최소화정부(Mini Government)를 실현하는 방향이 바람직 하리라 본다.
우선 국무총리의 역할을 강화,민선대통령의 행정적 짐을 덜어주면서 총리실·대통령비서실간 기능을 전면 재조정해 나가야 한다.
또 총리실이 행정업무 개혁의 책임을 맡도록 하고,현재 기획원이 갖고 있으나 유명무실해진 정책평가 기능도 총리실에 부여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국정방향,기본적 정책결정권은 대통령이 갖게되고 국무총리는 행정실무 전반을 책임지는 형태로 역할분담이 이루어진다.
대통령 비서실의 개편은 사정담당 부서를 폐지하는게 우선적이다. 또 현 비서실은 정책분야와 비서실 운영팀간의 구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그와 더불어 인적자원(인사위)·재정자원(국세청)·정보자원(안기부) 등 국가의 중요 3대자원을 다루는 부서들의 개혁도 중요하다.
중립적 인사전담기구를 만들기 위해 국회동의를 거친 여야 추천 인사들을 위원으로 임명하는 대통령 직속의 인사위원회가 강구될 수 있다.
안기부는 정치공작 철폐와 함께 국내의 정보수집에 당파성을 배제하도록 기능변화가 있어야 한다. 수사권을 주지않을 수는 없지만 반드시 검찰지휘를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안기부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업무,국회의 예산심의도 실질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안기부장·검찰총장·국세청장·경찰청장 등 권력요직 4∼5개에 대해서는 국회의 인준을 거치도록 하고 미국식의 국회인준 청문회를 도입하는 것도 권력남용 극소화를 위해 고려해 볼 수 있다.
검찰총장 임기 2년을 대통령 임기와 같이 5년으로 해 인사권자의 입김을 완전 배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검찰·경찰 등의 전문성·독립성을 살리려면 그 분야에서 최고직인 총장으로 공직생활을 끝내도록 하는 방안도 있다.
◇경제·과학·기술(방석현교수)=무엇보다 실현가능성이 중요하다. 이에 비추어 첫째,핵심부처의 개편만을 집중적으로 하는 안과 둘째,개혁의지를 갖고 보다 장기적으로 정부조직을 개편해 나가는 안이 있다.
먼저 경제·과학·기술방면의 행정조직 개편에는 산업경쟁력이 있는 부문을 키워야 한다. 이에는 인력·기술·정보 등의 자원을 산업화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차원의 정부조직이 필요하다. 상공부의 산업·기술 관련부문과 교육부의 연구개발 부문을 떼내고 거기에다 체신부·과기처를 합쳐 새로운 부서인 연구개발부와 정보통신부를 신설하는게 한 방법이다. 이 두 부처를 담당하는 부총리를 두도록 한다.
또 건설부가 맡고있는 공장·항만·도로·주택 관련 업무는 지자제 전면실시와 더불어 자치단체로 넘겨야 한다. 그전까지는 도로건설은 교통부,상수원 문제는 환경처로 이관하는 방법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장기적으로 건설부는 주택부로 개편되어야 한다.
또 과거 고성장기의 국토개발 개념에서 벗어나 지역주민의 생활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발전략을 전환하는게 시급하다.
이를 위해 청와대 직속의 기획처를 신설,새로운 개념의 지역개발 수행에 착수해야 한다.
이와 함께 재무부 산하에 예산실을 두어 세입·세출을 동시에 다루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세입·세출간 균형을 맞추면서도 예산에 정치적 입김이 서리는 것을 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의 세무조사 대상선정 등에 정치적 영향력이 개입될 소지가 있으므로 민간인을 포함한 위원회를 두어 세무조사를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
은행감독원이 갖고있는 은행검사·인가 등 업무는 재무부로 넘겨 보다 투명한 정책집행이 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한은·재무부간 영역을 분명히 구획해 금융통화정책에 관한한 한은이,그리고 금융산업 전반은 재무부가 각각 관할토록 해야 할 것이다.
이같이 기존 조직을 재편할 경우 인사 기득권의 배제원칙이 철저히 적용돼야 할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통합조정기구(정정길교수)=부처간 통합·조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실·총리실·2개 부총리제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기능을 대폭 조정해 나가야 한다.
과학기술·환경·통상·사회복지 관련 부총리를 신설하는 것은 소관부처가 여러곳에 걸쳐있어 조정에 어려움이 있고 게다가 예산·인사권이 없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실효가 없다고 본다.
차기 문민정부 아래에서는 통일원 부총리의 업무·조정능력이 증대될 수 밖에 없으므로 대통령 직속의 안전보장회의」같은 기구로 이를 뒷받침 해나갈 필요가 있다. 거기에서 통일원·국방부·안기부의 통일·안보분야 업무조정이 통일원장관에 의해 수행되어야 한다.
경제기획원은 예산·기획조정 업무를 남기고 물가 담당 기능은 축소하면서 정책심사 평가기능의 총리실 이관,공정거래위원회의 독립 등 기능을 대폭 손질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가원로회의」같은 기구를 만들어 대통령 중심제 하에서 있을 수 있는 비서실과 사정기관의 전횡을 미연에 방지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박영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