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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직원 2500여명, 136억원 '가짜 기부'

중앙일보

입력

대도시 사찰에서 100억원대 허위기부금 영수증을 발급받은 뒤 연말정산을 통해 수십억대 근로소득세를 탈루한 대기업 근로자 2500여명과 허위 영수증을 미끼로 이른바 '탈세 수수료'를 챙긴 사찰 주지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특히 일부 근로자들은 이 과정에서 스캐너를 이용해 사찰 직인이 날조된 영수증까지 임의로 발급한 것으로 드러나 일부 사찰과 대기업 근로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광주지검 특수부(부장검사 류혁상)는 2일 대기업 직원들을 상대로 100억원이 넘는 허위 기부금 영수증을 발행해준 광주 북구 S사찰 주지 김모씨(61) 등 광주 동, 북, 광산지역 4개 사찰 주지 4명을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또 이들 사찰에서 발급받은 가짜 영수증을 회사에 제출해 1인당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세금을 부당 공제받은 기아자동차㈜와 금호타이어㈜, 한국차량공업㈜, 기아서비스센터㈜ 등 4개 회사 소속 근로자 2570여명을 세금포탈 혐의로 입건, 조사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사찰 주지 4명은 주로 고연봉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수수료 명목으로 1인당 2만-3만원을 받고 80만-600만원의 연말정산용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주는 수법으로 2005-2006년 사이 2570여명에게 136억원 상당의 가짜 영수증을 발급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같은 방법으로 탈루된 근로소득세는 S사찰 6억882만원, B사찰 4억7441만원, 또다른 S사찰 5억1265만원, D사찰 5억937만원 등이다.

개인별 포탈세액는 50만-100만원이 1356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100만-150만원이 548명, 150만-200만원이 188명에 달했고, 200만원 이상도 8명이나 적발됐다.

사찰도 허위영수증 3506장을 발급해준 대가로 지난 2년간 적게는 4500만원, 많게는 1억18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검찰수사 결과 이들 근로자들은 개별적으로 사찰을 찾아 허위영수증을 구입하거나 부서별로 명단을 작성한 뒤 영수증을 일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일부 근로자들의 경우 기부금 영수증을 복사한 다음 사찰 인장을 임의로 새겨 위조하는가 하면 도장의 형태가 유사한 사내 동호회 직인까지 날조한 사례도 함께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류혁상 특수부장은 "신도를 끌어들일 목적으로 신성해야 할 일부 사찰에서 기부금 영수증 발행과 수수료를 '보시'와 '시주'로 합리화해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는 항간의 소문이 수사결과 사실로 드러났다"며 "원천징수 의무자의 연말정산 제출서류에 대한 심사 강화와 가짜 영수증 발급자에 대한 제재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세금탈루에 가담한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1개월간 자진신고 및 원천징수 결과를 지켜본 후 형사처벌 범위와 정도를 결정할 방침이다.

【광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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