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과세 연휴 문제없나(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신정연휴 사흘을 보낸지가 엊그제 같은데 다시 설연휴(22∼24일)가 한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음력 3월에 윤달이 들었기 때문이긴 하지만 양력으로 치면 연초 한달동안에 신정과 설이 3주 간격을 두고 겹쳐 무려 6일을 노는 결과가 되고,일요일까지를 합치면 한달의 3분의 1을 놀아버리는 셈이다.
휴식을 취한다는 것은 일하기 위한 활력을 재충전한다는 점에서 생산적인 힘의 및받침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잦고 긴 휴식은 정신·육체 또는 가계면에서 소모적인 역기능을 초래하게 마련이다. 6공 출범과 함께 대국민 선심용으로 시행된 설연휴제도는 사실상 사라져가던 이중과세 풍습을 부활시키고 말았다. 그 결과 신정은 관광지나 온천장이다 해서 가족단위 놀이휴가로 되어가고,설은 귀성이나 차례를 모신다 해서 조상을 기리는 명절로 정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중과세 풍속의 부활때문에 생기는 인구의 대이동,이에 따른 교통의 혼잡,교통사고에 의한 인명피해,시간과 금전적인 낭비,정신적인 피로 등은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개인과 국력의 소모가 아닐 수 없다.
이같은 잇따른 연휴가 생산현장에 초래하는 손실 또한 적지않다. 상당수 기업들이 종업원의 왕복교통편의를 감안해서 연휴를 더 늘리는 형편이다. 또 생산현장에 복귀한 뒤에도 일이 손에 잡히기까지는 상당기간이 걸린다는 점을 계산하면 경제적인 흐름이 일시적으로 중단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근로자들이 힘들고 위험하고 지저분한 일(3D)을 기피하는 경향이 심화되는 가운데 수출적자에 경기침체가 겹쳐있는 위기상황에서 이처럼 놀기에만 여념이 없어서야 되겠는가. 특히 국가나 개인이나를 가릴 것 없이 한해를 설계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짐해야할 새해 벽두부터 「먹고 마시고 놀자」 분위기에 들떠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과연 국민정서 측면에서도 바람직한가를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물론 경제선진국들은 주말 2일 휴무제를 실시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보다 훨씬 많은 휴일을 향유하는 국가들에 비하면 우리의 공휴일이 이들에 훨씬 못미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2만달러를 넘어선 나라들과 이제 겨우 5천달러를 넘어선 우리와의 산술적인 공휴일수 비교는 무의미하다. 우리는 우리들의 삶의 질을 더 향상시키기 위해 더욱 일해야 할 입장인 것이다.
정부는 낭비적이고 소모적인 이중과세풍습을 방치하지 말고 바로잡아야 한다. 조상을 기리는 우리 고유의 민속명절인 설날을 부활시켰으면 그날로 연휴를 집중시키고 신정은 연휴를 폐지하여 단 하루 정도 쉬면서 새해를 설계하고 각오를 다짐하는 날로 정하는게 옳다고 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