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우등생, 부모에게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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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ㆍ고생들은 요즘 학기말 고사때문에 여념이 없다. 기말고사가 끝나면 곧바로 여름방학이 찾아온다. 공부를 열심히 해 우등생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여름방학을 이용해 진로에 대해 부모와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볼 필요가 있다. 학생들은 의외로 정체성이 없고, 미래에 대한 방향성과 목표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지난 5월 한국을 다녀간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한국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화두를 던졌다. 그는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한국 사회와 기업의 변화속도에 교육 제도와 정부 정책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청소년에게“10년 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어떻게 변화할지 고민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짧은 방문기간에도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했다. 부모는 자녀를 우등생으로 키우고 싶은 의지가 강하다. 그리고 자녀의 미래에 대해 고민한다. 하지만 정작 자녀의 미래를 결정할 진로 선택시기에 봉착하면 답변을 못한다.  
대학진학 이후 직업선택에서도 갈팡질팡한다. 이것이 우리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어려서부터 진로지도가 안 된 탓일까. 획일화된 우리의 교육제도 탓일 수도 있고, 정형화된 사고의 문제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 부모들은 자녀가 공부만 잘하면 미래가 보장되는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21세기는‘학교 우등생=삶에서의 우등생’이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다.
즉, 자녀가 일생을 행복하고 보람 있게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진로지도가 필요하다. 학교 안에서만이 아니라 사회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아이로 키우고 싶어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직업세계에 대한 적극적인 탐색이 중요하다. 10년, 20년 후를 고려해야 한다. 우리 자녀를 ‘학교 우등생’으로 머물게 할 것인가, ‘평생우등생’으로 키울 것인가? 이는 결국 부모에 달려있다. 이렇게 해보자.

부모가 자녀 진로 문제 코치해야
첫째, 내 자녀를 제대로 아는 것이 출발점이다. 부모의 진로지도는 자녀가 지니고 있는 흥미와 적성, 능력이나 소질ㆍ성격ㆍ신체조건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우선 자녀의 소질과 취미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자녀가 특별히 흥미를 가지고 집중하는 과목은 무엇인가. 주로 무슨 놀이를 하는가. 어떤 일을 시켰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가. 이런 점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자녀의 특성을 올바르게 파악해야 한다.
둘째, 건전한 직업관을 가지도록 하자. 자녀에게 일에 대한 건전한 태도와 가치관을 심어주는 데 주력해야 한다. 건전한 진로의식은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이를 위해 부모부터 올바른 직업의식이 있어야 한다. 자녀와 대화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직업에 대한 건전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직업세계에 대한 적극적 탐색을 도와야 한다. 사람은 평생 동안 3분의 1은 잠을 자고, 3분의 1은 쉬고, 나머지 3분의 1은 일을 하며 살아간다. 따라서 직업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삶의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중학교는 진로 탐색의 단계다
자녀의 진로 문제에 대해 진학뿐 아니라 직업과 관련된 진로선택은 신중해야 한다. 진로지도에 있어서 자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자녀의 진로지도는 대학의 학과 선택이나 계열을 선택하는 순간에만 이뤄지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초등학교는 진로인식의 단계다. 초등생 자녀의 진로지도는 큰 틀에서 직업세계의 탐색과 자기이해 등 두 가지로 이뤄진다. 그 핵심은 자녀가 어떤 것(활동)에 관심이 있는지를 관찰하면서 자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다.
직업세계의 탐색에서 초등학교 때는 아직 특별히 적성이 잘 드러나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다양한 기회와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영재성ㆍ재능ㆍ흥미를 일찍 보인다면 적극적으로 계발하고 교육해야 한다. 특히 초등학교 단계에서는 자녀가 가능한 한 직접 보고, 만지고, 행동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 ‘자기 이해의 작업’을 위해서는 자녀와의 끊임없는 대화와 평소 생활행동을 관찰해야 한다.
중학교는 진로탐색의 단계다. 이 시기는 자기 능력ㆍ적성에 따라 직업을 구체적으로 탐색하고, 잠정적으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직업을 찾아가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중학교 단계에서도 직업세계의 탐색과 자기이해의 작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또한 구체적인 진로가 정해져야 한다. 진로에 대해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았던 학생들도 중 3학년이 되면 진로의 첫 관문이라 할 수 있는 고등학교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를 어떤 계열로 진학하느냐에 따라 자녀 진로가 결정된다. 고교에서는 기초적인 전문화 교육이 시작된다. 사실 학부모의 진로 고민은 고교 진학부터 현실이 된다. 수월성 교육과 대학입시제도에서 갈등을 하게 된다.
하지만 답은 있다. 자녀의 미래를 결정할 고교선택은 무엇보다도 학생의 능력과 재능에 따라 소신 있게 결정해야 한다. 고등학교는 교육과정과 특성에 따라 인문계, 실업계, 특수목적고, 특성화학교, 대안학교, 국제학교 등 다르게 구분된다.
고교 때는 진로탐색과 준비를 해야 한다. 특수고등학교를 선택한 학생들은 진로가 결정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를 진학한 학생은 문과와 이과 중 한 계열을 선택해야 한다.
물론 예체능 계열도 있다. 대학 입학 때 학과를 선택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된다. 진로에 대한 탐색만이 아니다. 구체적인 준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끊임없이 변하는 직업세계
무엇보다도 초ㆍ중학교 때부터 해 왔던 직업세계에 대한 탐색과 자기이해의 작업을 현실적인 관점에서 실현시켜야 하는 시기다. 객관성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고교에서 아직도 진로를 결정하지 못했다면 문제다. 고교 시기는 진로에 대한 준비 기간으로 봐야 한다. 이 때문에 자녀의 미래 목표와 연관된 장기적인 직업 목표를 세우고 그에 맞춰 계열 선택, 나아가 대학ㆍ학과를 선택해야 한다.

하광호
장학학원 이사장·교육학박사
02-2202-0025
www.jangha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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