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사격·수렵·승마 "빨치산 취미"|자질과 능력(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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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특정인의 취미와 특기는 그의 퍼스낼리티와 자질·능력 등을 가늠할 수 있는 한 단면이다.
정치지도자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김정일에 관한 한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지만 그의 취미와 특기도 거의 베일에 싸여 있다.,
북한의 선전물을 통해 알려진 것이 있다면 그는 예술분야, 특히 영화와 음악에 상당한 조예가 있다는 정도다. 지난해 그는 미술·음악 등에 대한 저서를 잇따라 내 북한에서는 그것을 학습하느라 한창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전 평양주재 구 소련 외교관과 특파원, 그리고 모스크바 등에 살고 있는 김정일의 중· 고·대학동창생들과 구 소련공산당 고위간부들의 증언과 특수기관자료 등을 종합하면 김정일의 취미와 특기는 물론 기호식품 등 이 대충 드러난다.
김정일의 취미와 운동은 수영 사우나 수렵 승마 테니스 트럼프 마작 등 다양한 편·빨찌산 세대와는 크게 다른 취미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들어 그는 골프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 지난 90년 평양 인근에 외국귀빈 접대용으로 만든 골프장에 가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고 모스크바의 구 소련공산당 고위간부가 전했다.
그러나 이들 운동 가운데 수렴을 제외한 나머지는 초보자수준.
수영과 사우나는 평양시 중구역 중성동, 보통강 구역 서장동, 문수리, 창광동 등 평양시내 4곳의 「관저」와 지방의 10여 개 별장에 설치된 실내외 수영장과 핀란드 식, 러시아 식, 온천 탕, 약탕 등 특수 사우나탕에서 즐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관저」와 별장에는 항상 인민군 1개 중대 및 소대 병력이 경비를 맡고 있다고 한다.
김정일이 틈 있을 때마다 즐기는 오락은 트럼프와 마작.
주로 노동당 간부, 인민군 장성, 3대혁명소조 출신 당· 정 간부 등 「자기사람들」들과 즐기지만 가끔 중국을 비롯 특정국가 외교관들이 낄 때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패할 경우 끝까지 판을 연장할 것을 고집해 승부 욕이 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일성 대학 재학 시절부터 손을 대기 시작한 승마는 요즘도 한 달에 한번정도 호위총국(대통령 경호 실에 해당) 소속 평양 기마 사에서 연습하고 있다고 한다.
테니스는 주로 하절기 때 별장에서 여자파트너와 함께 즐기는 정도인데다 83∼85kg의 비만 체중 (신장 1백65cm)이어서 실력은 「볼 보이」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목격자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김정일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단연 수렵이다. 이는 그의 특기 중 하나가 사격이라는 점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의 사격실력은 수준 급이라는 것이 정평으로 돼 있다.
그는 자신의 집은 물론 당집무실 지하에 전용사격장을 설치, 매일 권총과 자동소총 등으로 연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매년 11월부터 3월까지 동절기 5개월 동안 김정일은 으레 수렵을 즐긴다.
「현지지도」 나갈 때나 주말 등을 이용, 평안북도 연풍 수렵장과 황해남도 신천의 전용수렵장에서 꿩·토끼·사슴·멧돼지·노루 등 짐승 사냥을 즐기고 있다고 한다.
이들 수렵장에서는 하절기각종 조류와 산짐승을 사육, 동절기의「지도자동지」의 수렵 나들이에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15년간 평양주재 프라우다특파원을 지냈던 라스와일 씨에 따르면 수렵은 김일성의 취미이기도 해 7O년대 말 김정일의 지시로 김부자 전용 겸 외국귀빈 초대용으로 이들 수렵장을 만들었다. 김정일이 수렵을 좋아 하게 된 것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빨찌산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라스와일 씨는 설명했다
김정일의 취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자동차운전.
모스크바 등에 살고 있던 김정일의 평양 남산고급중학교(우리의 중-고교)동창생들에 따르면 그가 자동차 핸들을 잡기 시작한 것은 고교 2학년 때인 58년부터였다.
당시만 해도 자동차를 보유할 수 있는 계층은 당 부장급 이상 또는 내각의 상(장관)이상 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방과후면 외제고급승용차와 외제 오토바이를 몰고 평양시내를 질주했었다는 것이다.
평양주재 구 소련 외교관들에 따르면 김정일은 최근까지 직접 자동차를 몰고 다니면서 스피드를 즐기는 「자동차 광」이다.
이 버릇 때문에 75년 여름평양시 대성구역 용흥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벤츠 600을 몰고 가다 전신주를 들이받았다는 것이다.
이 사고로 그가 중상을 입어 오랫동안 입원하는 바람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자 평양의 외교 가에서는 그의 부상을 반대한 세력들에게 연금 됐다는 루머까지 나돌았다고 한다.
또 78년 초 봄 평양시 중구 역 창전동 네거리에서 역시 벤츠600을 몰고 가다 트럭과 정면충돌, 경상을 입고 김부자의 전용병원인 봉화진료소에서 2주 가량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이밖에 각국의 첨단 제품 또는 최우수 상품 등을 마구 사들이는 버릇도 김정일의 취미라면 취미.
김정일과「10년 지기」인 전 소련공산당 국제부부장 트카첸코 씨에 따르면 그의 서재에는 전자수첩, 컴퓨턴 전자오르간, 전축 등 일본·미국·프랑스 등 각국의 첨단 전자제품들이 즐비하게 진열돼 있다.
이 같은 그의 취미는 그가 첨단과학기술에 관심이 많고 항상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성격의 일면을 보여준 것이라고 트카첸코 씨는 설명했다.
김정일은 전형적인 한국 음식들을 좋아한다. 그가 좋아하는 육류는 불고기와 단 고기(개고기) 내장 탕 등 이며 생선 탕도 즐기는 편이다. 과일도 중앙당과 호위 국이 관리하는 특별온실에서 재배한 딸기·수박·토마토 등이다.
그의 이런 취미·기호 등을 보면 그는 인민의 노고와 땀을 체험한「인민 속의 지도자」라기 보다는 온실 속에서 키워진「권력의 세습 자」라는 인상이 너무 강하게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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