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자 면제, 내년 상반기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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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국의 비자 면제 프로그램(VWP) 가입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미국은 지난해 11월 우리의 가까운 파트너인 한국 및 동유럽 국가들의 비자 면제를 실현시키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며 "의회에 계류 중인 법안 통과를 위해 의회와 협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 나라 국민이 미국 여행을 쉽게 하면서도 테러분자들이 이런 제도를 악용할 수 없도록 막는다면 그게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의 한국 비자 면제 프로그램 가입 지지 성명은 지난해 9월 한.미 정상회담 직전에 발표한 성명에 이어 두 번째다. 이 성명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식 서명을 적극 환영하고 이를 계기로 미국 정부가 양국 간 인적 교류를 확대하려는 정치적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한국의 미국 비자 면제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번 성명은 부시 대통령이 한.미 FTA 서명을 축하하면서 그동안 진행해온 비자 면제 프로그램 협상도 계속 노력할 것임을 재확인하는 것"이라며 지나친 의미 부여를 경계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인들의 미국 비자 거부율은 3.5%로, 미국이 요구하는 기준인 3%를 웃돌았다. 부시 행정부는 3%를 좀 넘더라도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 동참하는 동맹국이 생체 정보를 입력한 새로운 여권을 도입할 경우 비자 면제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1일 "부시 대통령의 성명 발표는 한국의 VWP 가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VWP 가입을 위해 전자여권 도입을 추진하는 한편 불법체류, 인신매매, 밀입국 등에 미 당국과 공동 대응하기 위한 협력 작업을 추진 중이다.

한국이 VWP에 가입하면 90일 이내의 단기 체류 시 미국 입국 비자는 필요 없게 된다. 방학이나 휴가철에 서울의 미국 대사관 앞에서 몇 시간씩 줄 서서 비자 심사 인터뷰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미국은 현재 전 세계 27개국에 대해 비자 면제를 해주고 있다. 아시아에선 일본과 싱가포르가 포함돼 있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 상.하원에서 몇 가지 쟁점 사안이 있으나 그중 비자 면제 거부율을 10% 또는 5%로 낮추는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우리나라는 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자여권 발급과 입국보안 시스템을 갖추는 게 마지막 관건이라고 한다.

요컨대 한국에 대한 비자 면제 여부는 미 의회에 계류 상태로 있는 비자 면제 확대 법안이 언제 통과되느냐에 달려 있다. 이 법안(국토안보강화법안)은 올 3월 미 상원을 통과한 뒤 상.하 양원 합동조정회의에 계류돼 있다. 이 법안이 처리되더라도 미 행정부가 세칙을 마련해 시행하는 데 통상 3~6개월이 걸린다.

정부 당국자는 "여러 가지 여건을 감안할 때 VWP 가입은 내년 상반기 중 가능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 당국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계기로 VWP 가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며 "한.미 간에 이를 협의하는 몇 번의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서울=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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