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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보좌관 출신 유시민도 출마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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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이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그는 "정당 발전과 정치 발전, 나아가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출마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저를 지지하는 분들과 토론하고, 제가 존경하는 분들과 상의해서 어느 시점에선가 스스로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이라며 "시간을 두고 더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선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겠다. 다른 누군가를 위한 자원봉사를 하는 일부터 직접 후보로 나서는 것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4일 '희망부산 21' 주최로 부산에서 '21세기 대한민국 국가 발전 전략'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하는 데 이어 12일엔 '대한민국 개조론'이라는 책을 펴낸다.

유 의원의 출마 시사는 친노(親노무현) 주자들, 특히 이해찬 전 국무총리 쪽을 당혹케 하고 있다. 그동안 친노 진영 내부에선 "유 의원이 출마하지 않을 것"(이광재 의원)이란 관측이 있었다. 두 사람의 인연 때문이다. 유 의원은 이 전 총리가 평의원 시절이던 13대 국회 때 그의 보좌관을 지냈다. 2002년 대선 때는 함께 노무현 후보를 도왔다. 그리고 지난해 이해찬 총리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다시 만났다. 이런 관계를 감안할 때 유 의원이 쉽게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였다. 정치권에선 두 사람의 관계를 '정치적 사제지간'이라고 부른다. 유 의원도 5월 자신의 출마설에 대해 "볍씨를 뿌리지 않고 추수하는 격"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이 전 총리에 대해 "대통령이 된다면 국정운영을 무지 잘하실 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전 총리 측은 1일 "아직 (유 의원의 출마가) 확정된 게 없다. 좀 더 봐야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유 의원이 뛰어들 경우 '친노 대표주자' 이미지가 엷어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유 의원은 이 전 총리와 더불어 '노무현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친노 인사다. 이 때문에 유 의원이 가세할 경우 친노 세력을 기반으로 충청 민심을 아우르려는 이 전 총리의 전략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노심(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을 둘러싼 친노 '대표선수' 자리를 놓고 내부 경쟁이 격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 의원은 개혁당과 참여정치연구회로 이어지는 조직과 '매니어' 수준의 지지층을 가지고 있다. 친노진영의 한 의원은 "친노진영 내에선 노 대통령 다음으로 독자적인 조직을 갖고 있는 유 의원이 이런 기회를 놓치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유 의원 측 관계자도 이날 "이 전 총리는 이 전 총리의 역할이 있고, 유 의원은 유 의원의 역할이 있다. 두 사람이 하나가 아니다. 각자 주어진 임무가 다르다"는 말을 했다.

다른 친노 후보들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유.불리를 따지는 등 이해득실 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김혁규 의원 측은 "이 전 총리와 유 의원이 선명성 경쟁을 할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두 사람의 지지기반이 비슷해 세를 불리기는 어려울 것이며, 우리는 지지기반이 달라 별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한명숙 전 총리 측은 "노심이 자꾸 누구한테 있다고 하는데 노심은 민심 아래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 측은 "유 의원의 출마를 환영한다"며 "김 전 장관과 유 의원이 같이할 수 있는 방안이 있으면 좋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정욱.이가영 기자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유시민 의원의 인연

▶1988~91년 이 전 총리, 13대 국회의원-유 의원이 보좌관으로 보좌

▶2002년 이 전 총리, 노무현 후보 선대위 기획본부장 맡아-유 의원은 개혁당 창당해 노 후보 지원

▶2003년 11월 열린우리당 창당, 이 전 총리.유 의원 함께 창당 주도

▶2004년 6월 이 전 총리, 국무총리 재직(~2006년 3월)-유 의원 보건복지부 장관(2006년 2월~2007년 5월)

▶2007년 6월 이 전 총리, 대선 출마 공식 선언-유 의원, 대선 출마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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