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미국 비자 면제, 조속히 성사되길 기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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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미국 비자 면제 프로그램(VWP) 가입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VWP란 90일 이내 단기 체류자에게 상용·관광비자를 면제해 주는 제도다. 이 문제와 관련해 한국을 지원하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 때에 이어 두 번째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최종 타결 직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한·미는 VWP를 놓고 오랫동안 협의를 벌여 왔으나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해 9월 회의에서도 미국이 VWP가입의 전제 조건으로 설정한 ‘비자 거부율 3% 미만’을 한국이 달성하지 못해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번 성명은 한·미 FTA 타결이 큰 계기가 됐다. 자유무역이라는 물적 교류를 담보하기 위해선 인적 교류도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논리이기 때문이다. ‘비자 발급은 단순한 영사 문제가 아니라 통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한국 측 주장을 미국이 거부할 수만은 없게 된 것이다.

한국인에게 미국 비자 취득은 ‘짜증의 대명사’로 자리 잡고 있다. 1인당 수수료와 인터뷰 비용만 12만원 선이다. 끝없는 줄서기와 이에 따른 시간 낭비까지 감안하면 우리 국민이 치르고 있는 비용은 연 1000억원대라고 한다. 지방 주민들의 불편도 두말할 나위가 없다. 명색이 혈맹이라는 국가 관계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루빨리 시원한 해결책이 나와야 한·미 관계도 한 단계 진전될 수 있다.

현재 미국 의회가 ‘비자 거부율 3% 미만’이란 조건을 상당 폭 완화하는 법안을 심의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개정안이 조속히 확정돼 내년 중엔 왕래가 자유로워지길 기대한다. 부시 대통령도 의회 설득에 전력을 기울여 줄 것으로 믿는다. 그래야 혹시 한·미 FTA 협상과 관련한 ‘한국 달래기용’이 아니냐는 의혹도 불식시킬 수 있다. 우리 정부 또한 VWP 가입의 또 다른 요건인 전자여권의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