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영종 앞세워 국제 비즈니스 도시 야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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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호 06면

인천은 19세기 말 바닷가의 한적한 어촌에서 국내 첫 개항장이 되며 근대화의 물꼬를 튼 곳이다. 100여 년이 지난 지금, 인천은 다시 한번 개방의 시금석이 됐다. 동북아 경제 허브와 외자 유치를 통해 경제를 한 차례 도약시킨다는 ‘경제자유구역’을 조성하면서다. 인천은 국제공항과 항구, 육로를 모두 갖추고 있어 ‘트라이포트’로 불린다. 개방에는 최적의 조건이다.

인천권 신도시 4각 벨트

인천권에는 송도·영종·청라·검단 등 4개 신도시가 조성된다. 이 중 검단을 제외한 3개 지역이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속해 있다. 정부는 이들을 교육·의료·주거환경을 중시한 새로운 개념의 도시로 조성해 외국인들이 자유로운 경영과 쾌적한 생활환경을 누릴 수 있게 할 예정이다. 하늘과 땅·바다를 아우르는 편리한 교통망을 활용해 이 지역의 중심산업을 제조업에서 물류 및 유통·무역으로 바꾼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소형평형 의무공급 비율의 적용을 받지 않아 대부분의 주택이 중대형 위주로 공급되는 것도 장점이다.
문제는 이 같은 계획이 얼마나 순조롭게 추진되느냐이다. 자족성 측면에선 글로벌기업의 연구개발센터와 학교·대기업 유치가 이뤄지고 있는 송도신도시를 제외하면 아직 큰 성과가 없다. 청라와 영종지구는 아직 변변한 기업이나 학교를 유치하지 못했다. 검단지구는 일부 정보기술업체의 공장 중심으로 유치가 진행되고 있다. 주거기능도 비슷한 형편이다. 송도지구엔 2009년 개교 예정인 송도국제학교와 주요 수도권 대학, 국제병원 등이 입주할 예정이다. 반면 청라나 영종지구의 교육 및 의료 인프라는 초보적인 검토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송도=정식 명칭은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이지만 ‘송도국제도시’라는 브랜드로 더 잘 알려져 있다. 1994년 첫 삽을 뜬 뒤, 2003년 영종·청라지구와 함께 국내 최초의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다. 바다를 메워 조성한 총 1611만 평의 면적에 2020년까지 9만8000가구를 공급해 25만 명을 수용한다. 2003년까지 9000가구, 2005년 1500가구가 각각 분양됐다. 몇 달 전 밤샘 청약소동을 일으킨 ‘더 프라우’도 이곳에 지어지는 주상복합아파트다.
송도국제도시는 국제화 도시, 개방형 도시, 복합형 자족도시, 친환경 도시라는 개발 목표에 걸맞게 다양한 업무·주거시설이 들어선다. 핵심은 국제업무단지가 들어설 1∼4공구다. 중심가로(파크 애비뉴)를 중심으로 업무용지와 컨벤션센터, 상업용지, 주거용지가 복합적으로 배치된다. 12만2500평 규모의 센트럴파크와 바닷물을 끌어들여 만든 1.6㎞ 길이의 인공호수 주위로 녹지와 생태관·박물관 등이 조성된다. 내·외국인 학생 2100명(내국인 30%)이 영어로 공부할 국제학교와 18홀 규모의 잭니클로스골프클럽코리아도 건설 중이다. 매립이 진행 중인 6, 8공구에는 미국 포트먼홀딩스와 현대건설·삼성물산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151층짜리 인천타워와 190만 평 규모의 연계도시가 들어선다. 5, 7공구엔 연세대를 비롯한 국내외 10여 개 대학의 캠퍼스와 테크노파크, 오피스단지 등이 입주한다.

●영종=항공교통의 허브인 인천국제공항에 인접한 신도시다. 운북·운서·운남·중산동 일대의 578만 평에 12만 명(약 4만5000가구) 규모의 국제도시를 만든다. 오는 11월 착공해 2011년 1단계, 2020년 2단계 사업을 각각 준공할 예정이다. 2009년 아파트 분양이 시작돼 2011년 입주한다. 섬이라는 입지조건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시범 분양된 GS건설의 ‘영종자이아파트’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영종지구의 개발은 하늘도시와 운북 복합레저단지, 용유무 레저관광단지 등으로 나눠 이뤄진다. 하늘도시는 30%에 가까운 녹지를 가진 쾌적한 주거환경이 특징이다. 5000가구 규모의 외국인 전용 주거단지가 조성되고 국내외 항공화물 관련 기업 및 외국인 대학·병원이 유치될 계획이다. 카지노호텔과 워터파크 등 각종 휴양시설이 들어서는 용유무 레저관광단지는 현재 재정경제부로부터 실시계획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청라=국제금융·레저 중심지로 개발될 소규모 신도시다. 인천공항과 서울을 잇는 영종대교의 육지 방향 남쪽에 자리 잡고 있다. 외자 유치를 통해 38만5000평의 면적에 국제업무단지와 공동·단독주택·상업시설 등을 지을 예정이다. 이 중 주택단지는 6만2000평이다. 역외금융센터·금융컨설팅회사·은행 등 금융분야의 외자 유치가 원활할 것인지에 성패가 달려 있다. 입지와 규모 면에서 발전 가능성이 송도만큼 높진 않지만 서울대가 주축이 된 첨단의료복합단지와 GM대우의 연구개발단지, 화훼단지 등이 성공적으로 유치되면 시너지효과가 발휘될 가능성이 크다. 신공항고속도로 맞은편이 수도권쓰레기매립장이다.

●검단=2007년 6월 파주3지구와 함께 중앙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해 가장 늦게 신도시 대열에 합류했다. 김포신도시와 청라지구 사이에서 수도권 서부 산업거점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340만 평의 부지에 17만7000명(6만6000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아파트 위주로 공급되는데, 25.7평 이하가 3만7800가구, 25.7평 이상이 1만7300가구다. 주변을 지나는 수도권 제2외곽순환도로가 완공되면 교통여건은 좋아진다. 인천지하철 1호선 연장구간 및 2호선, 고양∼인천공항 간 고속도로(2013년), 김포고속화도로(2012년), 일산대교(2008년) 등도 추진되고 있다.

박상준 리얼플랜 리얼티랩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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