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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선 멀어도 만족도 높다” 10곳에 58만 가구 공급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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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호 02면

판교신도시 건설 현장. 중앙포토

신도시가 쏟아지고 있다. 노태우 정부 때 5대 신도시 건설 이후 10여년 만에 수도권 곳곳에 신도시를 세우겠다는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동탄을 시작으로 판교·김포 등 굵직한 것만 10곳에 달한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신도시의 ‘신’자로 꺼내지 말라는 분위기였다. 신도시 건설 과정에서 자재난 등 부작용이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준농림지 개발이었다. 그러나 용인 등지의 난개발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라 ‘선(先)계획, 후(後)개발’이란 도시개발의 원칙이 마련됐다. 노태우 정부 때 시작한 5대 신도시는 자족기능 부족 등으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서울 강남과 목동 등의 고급 수요를 분산시키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 지역의 택지가 거의 동나면서 신도시 입지는 경기도 땅에서 구할 수밖에 없었다. 분당·일산 등 5대 신도시는 모두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너머에 세워졌다. 이에 따라 서울과 신도시를 연결하는 교통망을 갖추는 것이 필요했다. 5대 신도시의 경우 기반시설 설치 비용을 분양가에 얹어 개발이익을 뽑고, 이 돈을 사회간접자본시설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교통망 확충 문제를 해결했다. 분당~내곡, 분당~장지 도시고속도로나 자유로는 신도시 건설을 담당한 토공이 개발이익을 활용해 직접 건설했고, 지하철 분당선·일산선 건설 비용도 토공이 상당 부분 부담했다.

쏟아지는 신도시

신도시 인기 비결

신도시에 살아본 사람들은 신도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건교부가 2004년 리서치월드에 의뢰해 2000명을 인터뷰한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 가구의 향후 이사수요 잠재층은 61.7%이며 이들이 선호하는 주거이전 대상지는 △수도권의 기존 신도시 34.4% △신규 수도권 신도시 20.7% △서울지역 26.9% 등의 순이었다. 또 수도권 거주자의 주거만족도는 분당·일산 등 신도시가 51.3%, 일반도시 23.9%로 신도시 거주자의 주거만족도가 기존도시지역에 비해 높았다.

이 같은 신도시 선호 현상은 주거환경의 쾌적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신도시 거주자에게 이전 거주지와 비교한 신도시의 편리성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48.9%는 ‘주거환경 쾌적’을 꼽았다. 신도시로 이사하려는 이유는 △자연환경 양호 18.8% △재산가치 상승 17.6% △주택가격 적정 14.0% △교육환경 양호 13.9% 등 다양했다. 수도권 전체로는 자가 비율이 68.0%였으나 신도시는 71.5%로 높았고, 거주하는 주택의 면적도 일반지역은 20∼29평이 39.6%, 신도시는 30∼39평이 33.6%로 주류를 이뤘다.
신도시 거주자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 종합만족도는 신도시(51.3%)가 일반지역(23.9%)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5개 신도시의 종합만족도(5점 만점)를 비교하면 분당(만족도 지수 3.773), 평촌(3.607), 일산(3.512), 산본(3.473), 중동(3.193) 순이었다. 1999년에는 분당(3.82), 평촌(3.81), 산본(3.74), 일산(3.62), 중동(3.23) 순이었다.

그린벨트는 못 깨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남 집값을 잡으려면 강남과 가까운 곳에 강남대체 신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들은 이런 개념에 가까운 신도시로 판교와 송파 신도시가 있지만 임대주택이 많아 강남수요를 제대로 대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또 서울공항과 양재~과천 지역의 그린벨트를 풀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해왔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한현규 전 경기개발연구원장, 김문수 현 경기지사 등은 그린벨트에 고급 신도시를 짓자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최근 “하남·과천·의왕·송파·양재·남양주·고양·광명·시흥 등 신도시를 공급할 땅은 많다”고 말했다. 비닐벨트나 창고벨트로 방치하느니 적극적으로 도시를 개발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김 지사가 언급한 지역은 대부분 그린벨트다.
그린벨트를 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도시계획 측면에서 도시와 도시가 붙는 연담화로 인해 교통·환경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환경단체도 줄곧 반대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 때 시작한 그린벨트 조정 작업은 무려 10년 가까운 시일이 소요돼 수도권광역도시계획에 반영됐다. 현행법상으로는 2020년까지 손댈 수 없는 땅으로 남아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신도시 입지를 그린벨트 밖에서 찾고 있다. 정부가 반년 이상 질질 끌며 발표한 ‘분당급 신도시’도 서울 30~40㎞ 지점의 동탄신도시 동쪽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기능적 강남 대체’가 가능한 곳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남 양재 기준으로 직선거리 30㎞에 있다는 것만으로 주택수요 대체효과를 평가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는 것이다.
장만석 건설교통부 신도시지원단장은 “강남 인접지역에 주거기능 중심의 ‘베드타운형’ 신도시를 건설할 경우 교통혼잡만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동탄2지구 신도시는 중산층 이상의 주택수요와 강남 등 수도권 중심부의 첨단 비즈니스기능을 흡수해 기능적으로 강남수요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도시 발표 직후 인근 동탄1지구 주상복합 메타폴리스 청약 결과, 청약자 2만4000명 중 서울 거주자가 4900명으로, 전체 청약자의 20.8%, 분양예정 물량 1229가구의 4배에 이르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장 단장은 “분당과 판교에 못지않은 질 높은 주거여건을 지닌 곳에 주변 시세보다 30% 이상 싸게 주택을 공급하면 강남 등의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동탄2지구를 포함한 10개 수도권 2기 신도시 전체로는 총 58만 호의 주택이 공급된다. 이는 수도권 전체 주택 591만 호의 10%이며,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공급량 29만 호의 2배 수준이다. 또 강남권 주택수요 등을 흡수할 수 있는 송파(4만9000호), 수원 광교(3만1000호), 우면·세곡·장지·의왕청계(총 1만2000호) 등과 이번 발표된 동탄신도시(10만5000호)가 본격 개발될 경우 강남 3구 재고아파트(24만 호)의 82%에 해당하는 물량이 공급된다. 이 밖에 강북의 주거수준을 강남에 필적하는 수준으로 높일 수 있는 광역재정비 사업까지 본격 추진되면 강남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논리다. 강남의 집값을 잡기 위해 강남 밖에 신도시를 개발하고, 강북 재개발을 활성화한다는 일종의 성동격서 전법인 셈이다.

정부는 2007~2010년까지 수도권에서 연평균 37만4000호를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서만 연평균 21만 호의 주택이 공급된다. 수도권에서 매년 거래되는 재고아파트가 약 60만 건이므로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서 연 21만 호의 새집이 싼 가격으로 공급되면 기존 집값에 대한 상당한 견제효과가 생긴다.
정부는 신도시 건설을 통해 서울 일극 중심의 수도권 공간구조를 다핵분산형으로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10개 신도시는 공간계획, 교통여건 등을 감안해 북부권에는 파주·양주 옥정·양주 회천 신도시, 서부권에는 김포·검단 신도시 등 남부·북부·서부 권역별로 분산해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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