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어떤 펀드가 돈 많이 벌어줬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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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호 22면

한국

한눈에 보는 상반기 펀드 성적표 #미들급 주식에 투자한 펀드 “심봤다”

상반기 펀드시장의 금메달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3억 만들기 중소형’이 차지했다. 종합주가지수가 22% 오를 때 무려 40%의 수익을 냈다. 은ㆍ동메달은 한국밸류자산운용과 동양투신운용의 몫이었다. 동양투신의 ‘중소형 고배당’펀드는 4월까지 설정액이 500억원을 돌파하자 수익률 관리를 위해 추가 판매를 중단할 정도였다.

이들 펀드는 헤비급이 아닌 미들급 아래 종목에 승부를 걸었다는 점이 닮은꼴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허진영 애널리스트는 “중소형주와 코스닥 주식이 많이 오르면서 해당 펀드가 두각을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같은 주식형이라도 시장 흐름에 잘 맞는 옷을 입은 펀드를 골랐어야 큰돈을 만졌다는 얘기다. 대형주 펀드가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것은 한국 증시의 헤비급 간판종목인 삼성전자 등이 뒷걸음치면서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돈이 가장 많이 몰려 최고 인기펀드에 오른 펀드는 KTB자산운용의 ‘마켓 스타’로 4400억원 가까운 돈을 빨아들였다. 싼 주식을 사서 적정가치에 도달하면 파는 역동적 투자법으로 신뢰를 얻었고 수익률도 30%로 쏠쏠했다.

채권형 펀드는 수모를 겪었다. 채권금리가 쑥쑥 오르면서 채권값이 떨어지자 수익률이 보잘것없었다. 1등 펀드의 수익률이 고작 3.7%에 그쳤다. 68개 채권형의 평균 수익률도 1.6%로 초라했다. 하반기 경기회복이 가시화되고 금리상승 분위기가 꺾이지 않으면 채권형 펀드 수익률은 개선되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

중국은 올해에도 ‘기관차 장세’를 멈추지 않았다. 상하이 증시는 끊임없는 거품 논란에 휩싸이며 2월에 조정을 받기도 했지만 올 들어 45%가량 급등했다. 펀드 시장에서도 중국이인기와 수익률 모든 면에서 지존이었다.

다만 국내에서 팔린 펀드는 본토보다는 주로 홍콩에 많이 투자해 상하이 증시에 버금가는 수익률을 내지는 못했다. 1위는 동부투신의 ‘차이나 주식형’(28%)이 거머쥐었다. 외국인 전용인 상하이 B증시에 일부 자금을 투자하는 펀드로 인기를 끌었다. 2~3위에 오른 미래에셋의 2개 펀드도 수익률이 20%를 넘었다.

정부가 연초부터 해외펀드로 번 돈에 세금을 물리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중국 펀드 등으로 돈 쏠림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HSBC가 4월에 내놓은 중국 펀드는 국내 최초로 A증시(중국 내국인 전용)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소개돼 한 달 만에 500억원어치가 매진되는 인기를 끌기도 했다.

특히 상반기엔 국내 운용사들이 피델리티의 ‘차이나 포커스’(19%)와 HSBC의 ‘중국 주식형’(17%)처럼 기라성 같은 펀드를 꾹 눌렀다는 점이 돋보였다. 1년 수익률로 범위를 넓히면 미래에셋의 ‘차이나 솔로몬 주식’(90.8%)은 세계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신한BNP의 ‘봉쥬르 차이나 주식’은 올 들어 5400억원 넘게 돈이 들어오면서 설정액 증가 1위로 여전한 인기를 과시했지만 수익률은 15%에 머물러 빛이 바랬다.

일본

일본 투자자들은 남몰래 울었다. 지난해 말부터 ‘일본 경제가 본격적으로 살아난다’는 낙관론이 솔솔 지펴졌다. 은행 프라이빗뱅킹(PB)에서도 올해는 ‘일본이 뜬다’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였다.

그러나 상승세를 이어가던 닛케이225 지수는 3월을 기점으로 하락 반전해 올 들어 5% 오르는 데 그쳤다. 내수회복 등이 기대했던 만큼 속도가 나지 않았다. 종합주가지수나 상하이 증시와 비교하면 너무 초라한 성적이었다.

수익률 1위는 템플턴의 ‘재팬 주식형’(8.8%)이 차지했다. 올 들어 6300억원을 끌어 모은 펀드였지만 투자자들은 실망감만 안게 됐다. 국내에선 삼성투신의 ‘글로벌 베스트 재팬’과 대신운용의 ‘부자만들기 일본 종류형 재간접’ 등도 5%를 간신히 넘는 수익률을 냈다. 그러나 일본 경제에 대한 낙관적 중장기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베트남·동남아

지난해 하반기 한국증권이 내놓은 펀드가 돌풍을 일으킨 뒤 증권사들이 베트남으로 앞다퉈 고개를 돌리고 있다. 다만 베트남 증시가 3월에 1170 선으로 봉우리에 오른 뒤 하락과 옆걸음질을 하는 통에 베트남 펀드들의 수익률은 10%대에 그쳤다.

다른 동남아 펀드는 쏠쏠했다. 세계를 떠도는 유동성이 중국ㆍ인도 이후의 투자처를 찾아 나서면서 동남아는 ‘날씨만큼 증시가 뜨겁다’는 비유가 나올 정도였다. 연초부터 역외펀드 수익률 1위를 지켜온 피델리티의 ‘말레이시아 펀드’는 30%가 넘는 수익률을 안겨줬다. 베트남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에 나눠서 투자하는 농협CA투신의 펀드도 34%의 높은 수익을 냈다.

인도

브릭스(BRICs) 국가의 하나로 2004년부터 각광받은 인도는 최근 중국ㆍ베트남 펀드의 위세가 워낙 강해 국내 투자자들에겐 매력이 좀 떨어진 듯하다.

인도 증시도 2월에 14500선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서 상반기 상승률이 6%에 그쳤다. 역내에서 설정된 펀드 중에서 수익률 상위 20위에 진입한 인도 펀드는 없었다. 피델리티의 ‘인디아 포커스’(17%)와 미래에셋의 ‘인디아 디스커버리’(14%) 등이 체면을 세웠다. 인도 정부는 물가상승에 따른 경기급랭을 막으려고 올 들어 통화긴축과 유류세 인하 등에 나섰다. 그러나 11억 명의 광대한 인구와 점점 불어나는 중산층, 정보기술(IT)에 이은 제조업 육성 노력 등으로 장기 전망은 밝다.

러시아·동유럽

‘기회의 땅’은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유럽의 경기회복 기대감과 맞물려 연초부터 동유럽도 새로운 황금알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세계적인 신흥시장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상대적인 수익률은 별로다.

수익률 1위인 우리CS자산운용의 ‘이스턴 유럽 주식’이 10%를 불리는 데 그쳤다. 템플턴ㆍ메릴린치 같은 유력 운용사도 성적이 저조하긴 마찬가지였다.

원인은 러시아 증시에 있었다. 동유럽 펀드는 러시아 기업에 많이 투자하는데, 엄청
난 오일 달러 등에 기대 성장세에 불이 붙던 러시아 증시가 2월과 4월에 조정을 받으면서 펀드 수익률이 나빠진 것이다. 우리CS운용은 에너지 가격 변동과 루블화 가치 강세, 정치불안 등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중남미

새로운 엘도라도로 떠오르고 있다. 비과세 혜택을 노리고 역내에서 설정된 신상품이 봇물 터진 듯 쏟아지며 ‘삼바 투자 붐’을 일으키고 있다. 삼성투신운용은 28일 브라질ㆍ칠레ㆍ멕시코 등에 투자하는 펀드를 내놨다. 신한BNP의 ‘봉쥬르 중남미 플러스 주식’은 4월에 나온 뒤 2개월 만에 5000억원을 끌어 모았다.
평균적으로 보면 각국 운용사가 만든 남미 주식형 펀드는 올 들어 20%의 수익률(리퍼 기준)을 냈다. 중국ㆍ싱가포르ㆍ말레이시아 펀드에 이어 4위다. 국내에서 판매된 상품으로는 슈로더의 ‘라틴아메리카 펀드’가 24%의 수익을 올렸다.
풍부한 원자재를 팔아 번 돈으로 경제와 내수가 회복되고 주가도 탄력을 받고 있다. 삼성투신 허선무 상무는 “중남미는 정치ㆍ경제 개혁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내수가 꾸준히 늘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자료=제로인(www.funddoc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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